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r 13. 2016

엽문 3

엽문이 사랑했던 부인을 기리며. 

1959년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홍콩 역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었다.  아편전쟁의 여파로 영국령이 된 홍콩은 영국인들의 탐욕에 휘둘리던 때로 중국인들은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서 동족을 팔아먹으면 살던지 아니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살아야 했었다. 공산화된 중국을 벗어나 홍콩에 정착하게 된 영춘권 최고수 ‘엽문’, 무예실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무술인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존경받는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엽문이 사는 마을에는 조그마한 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그 학교에 다른 시설을 세우려는 외국인(마이클 타이슨)과 그 하수인들은 학교부지를 뺏으려고 손을 뻗친다. 하필 그 학교에는 엽문의 둘째 아들이 다니고 있었고 그들의 사악한 노력은 매번 번번이 무산되고 만다.  


엽문 3은 엽문 1, 2에 이어지는 완결작이다. 엽문은 믿고 보는 작품 중 하나로 요즘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중국 영화와는 좀 다르다. 그러나 3편은 근거 없는 혹평속에 개봉관도 적게 잡혔을뿐더러 상영횟수도 많지 않은 편이다. 직접 엽문 3을 본 느낌은 강하게 추천할만한 영화다. 이전작들과 달리 가족과 사랑의 따뜻한 감성이 너무 풍만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부인을 사랑했지만 그가 짊어져야할 책임감의 무게로 인해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했던 남자 엽문의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이미 50대 중반에 접어든 견자단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은 엽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견자단은 엽문이고 엽문은 견자단이라고 할 만큼 탁월한 무술 실력과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황비홍이 다소 붕붕 뜨는 그런 히어로 캐릭터라면 엽문은 히어로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멋지다. 게다가 동작이 크지 않은 영춘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작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빠르게 상대방의 공격을 상쇄하고 근거리에서 강한 타격을 입히는 무술이다. 소림사 무술은 쇼에 가깝지만 영춘권이나 팔극권은 실전에 강한 무술이다. 이서문의 팔극권이 다소 잔인한 무술에 속한다면 영춘권은 사람을 살리는 무술에 속한다. 


영춘권의 시초는 여자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권법의 남소림사에서 있던 오매선사는 우연하게 엄영춘이라는 여성을 만나고 불량배가 자신에게 시집오기를 강요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오매선사는 짦은 시간동안 소림사 권법에서 가장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기술들만 그녀에게 전수하는데 그것이 영춘권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춘권은 마보 자세가 협소한 것이 특징인데 상당히 빠른 속도와 기술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며 근접한 상태에서 손 방어 기술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무마시키고 이어 상대에게 직권과 고권을 퍼붓는 방식이다. 


엽문의 부인 장영성


결혼 초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였으나 이후 전쟁을 겪으면서 장영성은 적지 않은 삶의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도 힘든 판에 남편 엽문은 정의나 도덕을 세우겠다고 나서는 판에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나 엽문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장영성에게서 나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현명하게 처신하고 말없이 엽문을 지지해준 여자다. 엽문 1, 2에서는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3편에서는 적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한다. 장영성을 연기한 배우 웅대림은 사랑, 믿음, 신뢰가 무엇인지 표정과 행동으로 잘 보여주었다. 


사람은 힘들 때 진가가 드러난다. 


힘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힘들 때 도망가고 배신하고 외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힘들수록 곁에서 끝까지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가정생활에는 소홀히 했지만 그런 엽문을 끝까지 지지해주고 자신이 중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남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여자였다. 


"비록 부부로 같이 살고 있더라도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인생이 있다."

엽문 3에서 장영성이 한 대사다. 

역시 무술 액션은 엽문


검은 조직의 두목인 마이클 타이슨과의 결투나 영춘권의 정통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도발하는 장천지와의 결투는 엽문 무술의 결정판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중간중간에 1:多의 중과부적의 결투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하는 엽문과 장천지의 액션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백미다. 


같은 영춘권이지만 장천지는 공격의 비중이 더 높다. 그렇기에 빠르고 날렵하고 파워풀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만드는 능력은 좀 떨어진다. 보통 실력의 사부들이라면 별다른 문제없이 제압할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고 흐르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 엽문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초반에 강하게 나아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력차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엽문의 부인인 장영성은 196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병마와 싸우면서 자신이 힘든 가운데에도 엽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장천지에게 대결일을 잡는다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행동이다. 그리고 그런 엽문이었기에 사랑했다는 그 말이 가슴 시리게 느껴졌다. 무술은 기의 흐름이며 심기를 바로 잡는 것으로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상대방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정함으로써 함께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런던 해즈 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