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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8. 2016

Story 30 아일랜드

반객위주  (假途伐虢) :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하다.

반객위주는 조심스럽게 들어온 손님이 오히려 주인의 자리를 차지한 다음 주인행세를 한다는 의미로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새 중에 뻐꾸기는 보통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서 부화시킨 후에 남의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키우게 한다. 주객전도라는 의미는 알지 못하겠지만 뻐꾸기는 본능적으로 생존에 연결하여 종족보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국지에서 원소가 한복이 차지하고 있던 양식 창고인 익주를 점령하기 위해 사용한 계책이 반객위주이다. 한복의 경계심을 늦추면서 동시에 자신의 심복들을 심어놓는다. 원소는 자신의 의도를 철저하게 숨기다가 한복이 경계심을 푼 틈을 타 중요한 핵심 요충지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반객위주는 마치 친구나 자신의 아군을 배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안방이라고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게을리한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타인에게 잃어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전장이나 비즈니스에서 도덕성을 운운하고 상대방이 정의롭기만 바라는 것은 도덕성이라는 껍질 뒤에 숨어 방심하는 것과 같다. 


영화 아일랜드는 지구가 종말이 되고 살아남은 수백 명의 사람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희망만 가지고 아일랜드로 가기 위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곳은 오염되지 않는 희망의 땅을 말하며 플라톤이 언급했던 아틀란티스 같은 완벽한 세상을 의미한다. 


자신들이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고 믿는 링컨 6-에코와 조던-2-델타를 비롯한 수백 명의 주민들은 희망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아일랜드로 가는 꿈만 꾼다. 그 길이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어디인가 있을지 모른 주인(스폰서)을 대신할 부속품으로서 살아있다는 것을 우연히 깨닫게 된다. 


인간이 창조한 생물에 대해 존엄성을 언급해야 될 정도로 근미래의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도 장기이식은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장기이식을 받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다. 받고 싶은 사람보다 대기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한 사람들을 먹고 재우며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품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병원 같은 그곳에서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행운이다. 유토피아로 간다고 발표한 순간 자신의 주인의 신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즉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된 것이다. 


링컨과 조던은 우연하게 알아낸 진실을 접하고 나서 자신의 주인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스폰서는 모두 상당한 부자다. 그들은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그들을 찾았지만 살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고 오히려 그들을 제거한 후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 진시황은 사실 여불위의 자식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불위는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애첩을 왕손에게 내어주고 결국 자신의 자식을 왕으로 만든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자신의 애첩을 잃은 것이겠지만 그걸로 인해 권력을 손에 쥐었다. 


반객위주의 계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여 우세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틈새가 생기면 반드시 비집고 들어가서 조금씩 그 틈새를 벌려야 한다. 무르익지 않았을 때 어설프게 시도하다간 실패하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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