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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1. 2021

극락(極樂)

봄이 오는 소리에 가본 영탑사

사람들은 주기 전에 먼저 받으려고 한다. 받으려면 먼저 주어야 하고 빼앗기 위해서는 먼저 챙겨줘야 한다. 극락은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가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산사에서 매일 아침 도량을 빗자루로 쓰는 행위는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찰에 찾아오고 머무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즉 이것이 공양이다. 집을 꾸미고 정리하는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지만 다른 사람 위한 공양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공양하려는 마음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 따라 각각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내포문화란 충남을 대표하는 그런 공간이며 중국과 교류했던 그 역사를 간직하는 의미의 공간을 칭하는데 그 길목에 영탑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영탑사를 찾아와 보았다. 내포문화 숲길은 충남을 관통하는데 찬란한 내포 불교의 이야기가 있다.  백제의 마지막 항쟁이 있는 백제부흥군길, 참 나를 찾아가는 원효깨달음길, 박해와 순교가 있는 내포천주교순례길, 민중항쟁과 나라사랑이 있는 내포역사인물 동학길로 조성이 되어 있다. 

산신각에 먼저 들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가 속한 영역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확인하고자 하는 순간, 분별심과 상대적 생각이 일어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게 된다. 

영탑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普照國師)가 현재의 대방(大房) 앞에 5층 석탑을 세운 뒤 영탑사라 불렀다고 한다. 조용하니 스님의 독공 소리가 들려왔다. 영탑사의 요사채의 수미단 위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봉안했다. 

저 암벽 위에 탑이 조성이 되어 있다. 미소 짓는 얼굴이 참다운 나눔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이라고 한다. 한 몸에 선과 악이 함께 있으니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듯하다. 

사찰의 건물 내에 거대한 돌부처가 있는 것은 오래간만이다. 영탑사의 스님의 독공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릇은 우리의 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행위에 머물게 하면 마침내 동쪽으로 가고자 하여도 서쪽을 향해 가는 것과 같다.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은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소비를 통해 무언가를 채울 필요가 없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갈 뿐이다. 영탑사의 작은 나무에도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영탑사는 무학대사(無學大師)가 현재의 법당 자리에 있던 천연 암석에 불상을 조각하고 절을 중건하였는데 1911년에 신도들이 중수하였으며, 1928년에 이민동(李敏東)이 노전(爐殿)을 중건하였다. 1988년에는 법당을 신축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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