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합덕 농촌테마공원
어떤 가치는 시대를 넘어서 가기도 하지만 어떤 가치는 시대가 변하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예술적인 가치는 시대를 아우르지만 기술적인 가치는 시대에 따라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그 누구도 손목에 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백만분의 1초도 틀리지 않는 시간을 보면서 살아간다. 물론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정확하지 않으며 상대적이다. 그건 특정 연구분야로 남겨두고 지구라는 공간으로 돌아와 보면 일반적인 물리학의 법칙에 적용되어 살아간다.
당진은 농업의 도시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남아 있다. 강이 흐르고 합덕제가 있어서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했던 곳으로 많은 면적이 농어촌 지역으로 자연환경을 이용한 문화 관광지들이 있다.
합덕제는 농업을 상징하는 저수지로 이곳에는 농촌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름이 되면 연꽃이 피는 곳으로 합덕성당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오래되었지만 오랜 시간 유용했던 천문 관측기기가 재현되어 있다. 그 이전에 나왔지만 장영실로 알려진 혼천의, 간의, 양부일구와 같은 천문 관측기기가 있다.
농업에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늘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국시대부터 이는 수많은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데 국내나 국외 천문학자들에게 근거 문헌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고천문기록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찾아간 날은 날이 맑았는데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다. 왜 세차를 하고 나면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지만 내린 비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지금도 내리는 비를 마음대로 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과거에는 물관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기구는 바로 혼천의다. 장영실이 만들기 훨씬 이전인 삼국시대 후기에 만들어져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이 기기는 천구를 각의 단위로 측정하기 위해 등분된 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혼천의는 기록상으로도 많은 제작과 중수가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현대 천문학으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가장 표준이 되는 천체관측기구로 기술의 정수였다.
기술의 발전은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분야에 집중이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반도체와 2차 전지, 플랫폼, 빅데이터 등이지만 5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5 나노 초미세 공정에 성공한 것이 겨우 2년 전이다. 오랜 시간 농업사회를 살아왔던 역사에서 모든 기술은 농업과 연관이 되어 있다.
저 앞에 보이는 기구는 양부일구다.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의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게 했다. 앙부일구는 현대 시각 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합리적인 수준에서)가 없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 방위(方位), 일출 및 일몰 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다.
농촌테마공원에서 저 너머를 보니 합덕성당이 보인다. 초대 본당 주임 퀴를리에(Curlier, J. J. L.) 신부가 1899년 현 위치에 120평의 대지를 매입, 한옥성당을 건축하고 이전하여 합덕성당으로 그 명칭을 바꾼 성당이다. 가치는 계속 변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하여 살아가게 된다. 점점 필요한 기술은 바뀌고 부여된 가치의 비중도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