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사곡면을 조용하게 돌아보기
현자 마르칸데야는 대홍수를 유일하게 목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피난처와 다른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아 온통 늪으로 변해버린 땅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아기의 뱃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속에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기들은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하다. 현자들은 아기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수련에서 아기 자세는 편안하게 몸을 내맡기고 스스로를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 같은 때야 말로 그렇게 조용히 주변을 관찰할 때다.
공주의 사곡면 호계리에 가면 면사무소 소재지 옆으로 유구천이 휘어 감아 도는데 이곳은 걷기에 좋은 곳이다. 일명 코스모스 십리길이라고 명명된 곳인데 태화교에서 화월교까지 걸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지금은 코스모스가 필 때가 아니라서 그냥 천변의 풍광을 보면서 걷기만 하면 된다.
유구천은 높이 약 400m 이상의 봉우리가 솟은 산지 지대인 유구면을 흐르면서 유역에 좁은 하곡 평야를 만들어준다.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의 지역은 남사고(南師古)가 선정한 십승지(十勝地) 중의 하나로 유명한 피난처였다고 예로부터 알려져 있다.
밑으로 내려와서 천천히 걸어서 돌아다녀본다. 저 건너편으로 문득 건너가고 싶었지만 배가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배는 안전한 여행의 증표이면서 강을 가로지르는데 고대 문헌에서 배는 자각을 상징한다. 나바아사나라는 배 자세는 인생의 항해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복부를 강화하고 의지력을 키워준다.
이곳에서 올라가면 상류 운암리에는 유명한 마곡사(麻谷寺)가 있고, 마곡천의 하곡은 심산유곡을 이루어 기암 석벽(奇巖石壁)에 청계 옥수(淸溪玉水)를 만날 수 있다. 마곡사도 안 가본 것이 벌써 1년이 넘은 듯하다.
수달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은 있는데 걷는 내내 수달을 본 적은 없다. 이곳도 딱 1년 만에 찾아온 곳인데 여전히 변한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어차피 무언가를 훼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낚시를 즐겨하지 않기 때문에 경고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낚시를 하려고 해도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고 한다. 생명에 대한 존중 때문이라고 한다.
십리 길하면 4km이니 하루의 가벼운 운동으로는 딱 적당해 보인다. 얼마 전 낙동강·금강·임진강에만 서식한다고 보고되어 있는 흰 수마자가 유구천 하류에 세계 최대의 밀도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흰수마자는 돌마자나 모래무지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으며, 하천 중하류의 모래 또는 모래에 자갈이 섞인 유속이 빠르지 않고 비교적 얕은 여울에 살고 있는데 이곳이 훼손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과 공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