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자비

음성 미타사 마애여래입상

시경에서 보면 다양한 시가 등장하는데 봄에 피는 꽃들도 등장한다. 복숭아나무에서 피는 복사꽃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 가녀리고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도 하는데 결혼의 적기인 3월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결혼의 적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꽃의 무성함은 보통 시집가는 여인의 자태를 연상시킨다. 반면 가을에 열매가 무성하다는 것은 신체의 건강함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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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비로 인해 이번 주말도 몹시 추웠다. 날은 추운데 봄꽃은 피기 시작하여 만개하였다. 추울 날씨에도 화창한 날씨를 보겠다고 음성의 미타사로 발걸음을 했다. 미타사 하면 마애여래입상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음성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지와 공간을 자랑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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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높이 90㎝의 석조 아미타여래좌상과 미타사 입구에서 서쪽으로 약 700∼800m 지점에 있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된 높이 230㎝의 마애불이 미타사에 있다. 왜 이리 바람이 부는지 그렇지 않아도 얇게 입고 나온 옷 탓에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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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10대 제자의 한 사람 가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가섭산에서 무표정한 듯한 음성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자비를 상징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다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다른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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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들은 대부분 깊은 산속의 단단한 화강암 암벽이나 큰 바위에 깊게 새겨졌거나, 사찰 경내에 있어 관리를 직접 받고 있어 보존상태가 좋은 편인데 미타사 마애여래입상도 관리상태가 좋은 편이다. 잠시 석불을 바라보면서 있고 싶었지만 대충 입고 나온 덕분에 꽃이나 보고 내려가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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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피었으니 이제 다른 봄꽃들이 이어 필 시간이다. 목련은 큰 송이만큼이나 또렷하기 때문에 목련과 관련된 글들이 참 많다.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는 의미의 목련은 여름에 앞서서 만나는 연꽃과 같다. 겉에는 갈색의 긴 털이 촘촘히 덮여 있어서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도록 설계를 해두었다. 북쪽을 향하는 꽃봉오리가 더 많아 ‘북향화(北向花)’라는 이름도 붙어 있는데 김해에 가면 전설 속의 왕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이 탄 배에 목련나무로 키를 잡았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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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과 글에는 법이 있다. 겨울은 시련을 의미한다. 봄은 시작과 함께 젊음과 꽃과 자비를 표현하는 계절이다. 이날은 미타사의 마애여래입상보다는 봄꽃을 보며 봄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더 적합한 날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옷을 너무 가볍게 입어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처럼 체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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