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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0. 2021

양유소연(楊柳銷烟)

마음을 비우고 싶었건만 맘처럼되는 게없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위대한 사랑을 하고 나서야 다른 인연도 있는 법이다. 이미 아는 말이었지만 서산의 8 경이라는 양유정에 가서 다시 만나게 된 글귀다. 무엇이든지 극단으로 가면 그 과정에서 주는 쾌감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양유정에 심어져 있는 느티나무처럼 느리게 가는 방법을 안다면야 좋겠지만 맘처럼 되는 것이 없다. 

오래전에 지정된 서산 8경 중 날씨와 관련된 곳은 도비낙하(島飛落霞·도비산의 저녁노을), 상령제월(像嶺霽月·상왕산의 비 갠 달), 연당세우(蓮塘細雨·연당 현 분수대에 내리는 보슬비), 양유소연(楊柳銷烟·양유정에 자욱한 물안개) 등이 서산의 팔경으로 전해 내려온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날 찾은 양유정에 자욱한 물안개는 지형이 바뀐 탓에 없어졌지만 느티나무의 묵직함만큼은 남아 있었다. 

 양유정에 들어서면 수백 년은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여러 그루 줄지어 서 오가는 이를 굽어보고 있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무수하게 뻗어 올린 나뭇가지들은 하늘을 덮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숲을 이루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양류정이라는 정자의 이름도 버드나무에서 유래했는데 복개 전인 60~7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부춘산 옥녀봉과 명림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개천으로 흘러들던 곳이었다. 

서산 속에 신선들이 노니는 곳 같은 분위기의 양유정공원은 충남 서산 시민의 400년 휴식처였던 양유정공원이 주민친화적 공간으로 탄생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1926년 발간된 서산군지에는 ‘유정(柳亭)은 즉 양류정(楊柳亭)으로 지금 이른바 서공원(西公園)이다’라는 글귀도 등장한다.  양유정의 나무들은 작게는 330여년, 많게는 45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한다. 

일상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걷게 되면 다른 만족과 색다름을 선사하지만 대가가 따르게 된다. 버드나무들이 즐비한 양유정에서 그런 삶을 꿈꾸지만 이미 쉽지는 않은 듯하다. 

서산시가 2019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주거지 지원형) 공모에 읍내동(양유정 일원) 지역이 최종 선정돼 국비 80억 원을 포함 총 133억 3천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곳 주변도 포함이 된다. 

좋은 문구나 글귀들은 때론 좋게 다가온다. 양유정이 들어선 자리는 지리적으로 마을 동구에 속했기 때문에 느티나무는 풍수상 수구(水口) 막이를 위한 비보림(裨補林)으로 식재된 것이라고 한다. 천 년의 세월도 누군가가 글로 담아놓았기에 이렇게 보는 것이지만 길은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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