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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3. 2021

배우는 이유

일산이수정(禮山一山二水亭)에서의 순간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언어를 학습할 때 있어서 공부하지 않고 흡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기는 어릴 때의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 부모 중 특히 엄마의 말이 중요하다. 세상을 이해하고 뇌의 용량을 늘려가면서 바람직한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의 결핍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 설계된 뇌의 일부를 절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사회에서는 인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는 것보다 남들보다 나아지기 위한 것을 배운다. 배우는 이유를 어디에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인가.  예산의 달천(達川)과 청양군 운곡면에서 흐르는 죽천천이 만나 예당저수지로 흘러들어 가는 지점의 작은 동산 위에 세워진 건물 주위의 지형지세를 보고 ‘일산이수정(一山二水亭)’이라고 지은 곳을 찾아가 본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은 '이견의 여지와 없는 명확한 진리로서의 철학'이라는 의미였는다고 한다. 스콜라 철학은 12세기 중기에 발견된 논리학에 이어 아라비아어로부터의 번역으로 자연학이, 그리스어로부터의 번역으로 형이상학이 들어와 파리에서 읽혔었다. 

많은 것을 배우더라도 지금의 사람의 사회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디쉬무스는 배우다라는 의미의 동사 디스코(disco)가 원형이다. 세네카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는 말을 했다. 

1920년 경에는 국문 강습소가 개설되었고, 1923년에는 현 신양초등학교의 전신(前身)인 신양 공립 보통학교 개교 시에는 창립 교사(校舍)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수정은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더 조용한 곳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끔씩 주역을 보곤 하는데 일산이수정의 글자 안에는 우주 만유의 원리가 숨어 있다. 산은 양이요, 남성이요, 화기의 수직 관리다. 물은 은이요, 여성이며 수기의 수평 관리이다. 이 둘이 균형을 이루어 수직적 수평인 공전적 자전의 만유인력 법칙이 완성된다고 한다. 

난 치는 법을 예서를 쓰는 법에 비겨서 말하기도 했던 추사 김정희는 유배지에서 풀려났을 때 이곳에서 머문 적이 있다.  그의 서화관은 가슴속에 청고고아(淸高古雅: 맑고 고결하며 예스럽고 아담하다)한 뜻이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지금 사회에서 고결하고 예스럽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외에 자극적인 정보나 물질적인 것이 부족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나 많은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난다. 

예산 일산이수정에서 내려와서 논둑을 걸어보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날이 조금 춥게 느껴진다. 어찌보면 옛 말처럼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Postquam nave flumen trans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라는 말을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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