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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6. 2021

평사리공원

물 흐르듯사는 것의 의미

얼마 전 순창에서 보았던 물이 이곳까지 흘러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 하동의 공간이 있었다. 물 흐르듯이 사는 것을 보면서 물 흐르는 것처럼 삶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수많은 강을 보았지만 은모래 백사장이 자리한 곳에 물의 흐름이 제각기 흘러가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항상 평사리공원의 길만 걷다가 모래사장으로 안 내려가 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섬진강의 물줄기가 아름답게 휘몰라 감기면서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비가 요즘 내리기도 했는데도 불구하고 평사리공원의 섬진강에는 그렇게 수량이 많지가 않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은모래가 있다는 백사장으로 안 내려가 볼 수가 없었다. 

신발에 모래를 가득가득 담아가면서 백사장의 길을 걸었다. 까칠까칠한 발의 촉감은 잠시 참으면서 가보기로 한다. 어차피 있다가 올라와서 털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순신이 1597년 권율 도원수 휘하에서 백의종군하기 위해 당시 도원수부(都元帥府)가 있던 합천 초계로 향하던 중 5월 26일 전라남도 구례의 석주관(石柱關)을 거쳐 경상남도 지역으로 들어와 하루 유숙한 곳이 이곳에서 멀지 않다. 

특이한 물줄기가 모래의 사이의 틈새를 만들면서 흘러가고 있다. 강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폭이 작아 보이고 일반 하천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크다. 

이렇게 섬진강의 물이 돌아서 흐르듯이 사람의 마음도 그 형태가 절로 깎여나간다. 그것이 그 사람의 모습이다. 자연이 복원되는 것처럼 때론 그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서 섬진강의 물줄기를 내려다보았다. 물이 상당히 맑다. 강의 물이 이렇게 맑은 곳은 많지가 않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와 돌들이 보일 정도다. 물속에 들어가서 재첩을 채취해볼까란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무척 찝찝해질 것 같아 그만둔다. 

물속의 돌들이 마치 재첩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돌을 집어서 물속으로 던져본다. 여기 왔다는 흔적은 남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주변의 풍광을 만끽해본다. 

그냥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이 좋을 때도 있지만 구름이라는 조연이 없다면 하늘은 무채색처럼 심심해 보인다. 구름이 있어서 평사리 섬진강의 하늘이 이뻤다. 

이날 여정의 마지막에 본 평사리는 박경리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생명의 땅이며 물줄기다. 인간은 물이나 나무 같이 자연이 주는 산물로만 살아가야 한다. 물처럼 굽이친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박경리의 토지 속 인생처럼 평사리를 지나는 길손과 같이 걸음을 멈추고 인생의 나그네처럼 마음을 조금 남겨보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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