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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8. 2016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 해가 지나고 총선에 여론이 집중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국정화의 요점은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역사를 이해가 아닌 암기의 대상으로 봤다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이해하려면 자신만의 해석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암기의 대상이 되면 답이 하나여야 한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정 방향으로 흘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함을 인정하기보다 국가 주도로 하나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의 핵심은 이것이다. 


문제는 OECD에 들어가 있는 나라 중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발행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법이나 제도로 교과서 발행의 조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민간 출판사에서 만들고 국가나 국가기관에서 심사를 통과해서 교과서로 사용하는 검정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구분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교과서의 대부분은 국정, 검정, 인정으로 나뉘게 겐다. 그리고 법에서는 아래처럼 정의한다. 


제2조(정의)


4. "국정 도서"라 함은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5. "검정 도서"라 함은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6. "인정 도서"라 함은 국정 도서. 검정 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어떤 제도나 정책을 만들려고 할 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많이 든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유리한 것을 언급할 때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을 거론하고 불리한 것은 아무렇지 않게 OCED 국가가 아닌 나라나 동남아 국가,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까지 사례로 뽑는다. 책에서 국정화를 하고 있는 나라로 언급한 곳은 인구 30여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나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지금은 과거를 반성하며 유럽 제1의 경제패권을 쥐고 있는 독일은 과거에 국정제를 채택한 적이 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히틀러 집권 시기에 독일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였다.  국가 구성원들을 사회문화적으로 동질화하고 전시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을 장악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 역사교육을 받은 독일의 상당수 청소년들은 '위대한 독일의 위대한 미래'를 약속하는 히틀러에게 열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한 적이 있다. 


일본 역시 그 시기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였다. 1930년대 후반에 일본은 일본 문부성의 주도로 직접 학교 교재를 제작하여 학교와 사회에 보급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중이던 1943년에는 일본은 일본사를 정리한 책을 펴냈는데 이때의 책들의 내용을 보면 군국주의적 성격이 뚜렷하였다.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데 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할까. 총선의 결과로 인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까지 박근혜 정부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교과서 국정제를 추진하였다. 연장선상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발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경우,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내러티브를 정부가 주창하게 되면 인권적 시각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고 언급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점수로 평가되고 점수를 높게 맞기 위한 기술 정도로 생각하면서 역사를 그냥 암기과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책에서 나오는 역사적 사실들은 발생한 연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 사실들을 보편적 진리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편에 있는 혹은 다른 편에 있는 주장들도 논쟁에서 존중될 필요성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지금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비판이다. 특히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매우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이 된다. 2015년 10월 13일에 새누리당은 예산을 들여 전국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은 적이 있다. 그러나 각 출판사들의 검정교과서에 실린 주체사상에 대한 기술을 보면 모두 비판적인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 


집권여당이나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잊은 채 자학사관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아이들이 잘못된 역사 교과서 때문에 자학적 패배주의 사관에 젖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정교과서 발행의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국민이 한 방향의 이념을 가지고 자원의 낭비와 출판사간의 과다경쟁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교과용 도서를 안 적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연 역사교과서를 효율성과 방향성으로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미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여 국정화 작업을 진행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일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고시를 했다. 정부나 보수 진영에서는 역사학자의 80 ~ 90%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성향이라면 그 사람들이 정상이 아닐까.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 신채호 선생이 생각한 역사교육은 일방향이면서 효율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교육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역사는 우리의 과거 기록들이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수많은 관점과 논쟁들이 이어져온 기록들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을 누군가의 의도로 일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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