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종교, 철학은 이어져 있는가.
천체물리학 하면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주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사람의 인생과 철학을 빼놓기가 힘들 만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은 지식인들은 느끼고 있다. 우주는 과연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맥락상 닿아 있기 때문에 그렇다. MIT에서 과학과 인문학을 동시에 가르치는 교수 엘런 라이트먼의 인문학 책인 엑시덴탈 유니버스는 재미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책이다.
빠르게 혹은 가벼운 것이 대세처럼 되어버린 요즘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인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우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본인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서일지 모른다. 공학을 전공하고 지금 몸을 담고 있는 곳도 관련 분야이다. 그러나 역사, 천문학, 문학, 철학 등에도 무척 관심이 많다.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그 시작은 닮아있다. 필자 또한 무신론자이지만 어디를 가도 사찰과 천주교 성지는 꼭 들러서 그 분위기를 느껴본다. 종교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다룬 철학이지 단순히 믿음과 불신의 관점이 아니다. 그렇기에 신과 과학의 대립도 그렇게 의미 있지 않다. 삶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이 새로이 갈라지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있습니다. 만약 다중우주의 개념이 옳다면 기초 물리학의 연구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힉스 보손 입자는 중요하다. 현대 물리학의 이론들이 성립하기 위해선 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입자로 한국에 들어오기로 한 그런 이전 모델 입자가속기가 아닌 스위스-프랑스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 힉스 입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양성자를 1조 번이나 충돌시켜야 하고 만들어지고 나면 이 입자는 1조 분의 1초의 10억 분의 1 미만의 시간 동안 머물다가 다른 아원자입자로 바뀌고 만다고 한다.
우리는 대칭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눈송이가 육각 대칭인 이유는 국가의 물 분자에서 두 개의 수소원자가 산소 원자와 이루는 각도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각도는 물 분자의 총 전기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각도다. 이 각도를 벗어나면 에너지가 더 커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모든 물질을 네 가지 요소, 흙, 물, 불, 공기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고 갈릴레이는 태양이 검은 반점과 얼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뉴턴은 보편적인 중력의 법칙을 내놓았다. 위대한 발견도 있지만 우리는 스치면서 지나가는 삶을 조금이라도 잡아보려고 발버둥 친다.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내가 무엇을 했나라는 자괴감에 혼자 후회하기도 한다.
사람은 기묘한 존재이다. 정확하게 떨어지고 합리적인 삶을 산 사람을 존경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산 사람을 찬양하기도 한다. 예측가능성과 불가능성, 합리성과 비합리성, 규칙성과 비 규칙성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에는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누구나 하나쯤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바로 앞에 상대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지만 누군가가 앞에 있을 때는 스마튼폰을 웬만하면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갔을 때에도 스마트폰보다는 직접 보기를 원한다. 내 눈은 아날로그로 풍광을 감상하고 머릿속에 저장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본 사진이나 영상은 필터링되어버린 것이다.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사람의 시간은 측정하지도 못할 정도로 순식간이다. 이런 짧은 시간에 누군가와 소통하던가 새로운 진리 혹은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조금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