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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5. 2016

여수의 서대회와 여행길

개도의 갯바람 길

전남 여수 하면 생각나는 먹을거리가 두개가 있다. 바로 서대회와 갓김치이다. 여수로 여행을 갔다 온 사람 치고 서대회와 갓김치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여수는 전남 여행지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여수에서 열린 국제박람회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국제박람회나 월드컵, 올림픽 같은 행사가 열리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가 이루어지면 도시는 발전한다. 여수 역시 엑스포가 열린 여수를 중심으로 주변 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여수를 오는 방법은 보통 개인 이동수단인 자가 용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기차가 있다. 엑스포가 열렸던 공간에는 여수 엑스포역이 있어서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앞으로 걸어오면 엑스포 디지털 갤러리가 나온다. 새벽시간에는 디지털 갤러리에서는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는 않고 있는 상태였다. 여수 엑스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체인 EI(Expo identity)에서 사용된 색은 빨강(생태계), 파랑(바다), 초록(환경)이다.


여수에서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이곳 여수 연산 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은 여수 엑스포역에서 약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걸어서는 40분 정도 소요되고 버스 등을 이용하면 10여분이 걸린다. 1982년에 건립된 이곳에서 운영되는 항로는 여수~송림, 여수~거문도, 돌산~사도, 금오도~연도 편등이 있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갈 수 있는 섬 중에 개도라는 곳이 있다. 개도는 여수 화정면에 속하는 섬으로 면적은 9.94㎢에 달하는 곳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최근 개도 갯바람 길이라는 길을 개발하여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는 상태이다.


여수에서 개도로 운항이 되는 배는 200 ton이 약간 안 되는 크기로 금오도, 개도, 송고, 함구 미등을 경유해 운항이 된다. 차량도 실을 수 있어서 관광객들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관광하려고 차를 싣고 있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배의 승선인원을 거의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아 떠나고 있었다.

여수시는 전라남도 동남부에 위치한 서로 남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적지 않은 섬이 여수시 관할 안에 있다. 공교롭게도 여수시에는 1년 365일과 똑같은 수인 365개의 부속섬이  있다. 섬 중에 다리가 연결된 연륙 도서는 4개, 유인도는 49개이며 무인도는 316개에 달한다. 그중 개도는 화정면에서 제일 큰 섬으로 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개(蓋)’ 자를 써서 개도로 부르게 되었다.

같이 간 일행 중 친구끼리 온 20대 초반의 여성 두 명은 역시 여행에서 먹방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배의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서 가져온 도시락 세트를 먹으면서 한가로이 바다의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여수에서 개도까지 배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한 시간으로 배를 탔다는 느낌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개도로 가는 관광객들은 배에서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모두들 알고 있는 듯 일행들끼리 모여 가져온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 시원하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에서 바라보는 여수의 모습은 남해지방의 대도시인 부산을 떠나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기분이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개도항에 도착하면 우리를 맞이해주는 것은 섬의 풍광이나 흔히 보는 개가 아니라 어린 왕자다. 요즘 사람들도 어린 왕자를 많이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왕자는 머나먼 소행성에서 온 여행자에 대한 이야기로 슬프면서도 가슴 아프고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 소설 중 하나다. 개도는 어린 왕자가 살았던 중력과 대기, 장미가 있는 소행성보다는 훨씬 넓은 곳이다.

개도를 둘러보기 위해 역시 먹방을 먼저 해야 될 듯하다. 배에 먹을 것이 들어가야 움직일 수 있으니 모두들 개도에서 잡힌 것과 채 위한 나물 위주의 식사에 만족해하고 있다. 개도 연안에서는 서대·양태·멸치·게·문어 등이 잡히며 참전복·우럭·감성돔·굴·미역 등의 양식업이 활발해서 먹을거리가 많은 편이다.  무엇이든지 제대로 먹으려면 직접 손으로 쥐고 뜯어먹어야 한다. 우아하게 젓가락질을 하면서 먹으면 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면적은 8.76㎢이고, 해안선 길이는 25.5㎞에 달하는 개도는 남쪽에는  봉화산(烽火山, 335m)·천제봉(天祭峰, 328m) 등 비교적 높은 산들이 자리하고 있고 섬 중앙부에는 농사를 할만한 구릉지가 있다. 중앙의 만입부는 제방을 쌓아서 경작지로 조성이 되어 있다. 남쪽에 자리해서 그런지 동백나무가 무성하여 남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갯바람 길은 지금 한참 개발 중이라서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 개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어업에 종사하는 것도 있지만 관광객들의 유입을 늘려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개도는 아직 많은 관광객을 만들 정도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조금 불편하다. 음식점도 부족하고 있어야 할 휴게시설이나 화장실, 씻을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해서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개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조금만 외곽 쪽으로 걸어나가면 어렵지 않게 바다를 볼 수 있다. 개도에서 잡히는 해산물이나 나물들은 건강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개도에서 잡히는 멸치는 남해의 죽방멸치만큼이나 비싸게 팔리기로 유명한데 이는 지역적인 특성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여수시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개도에서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서남쪽의 봉화산과 천제봉을 돌아가야 한다.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 선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을 걸어올라 가는 것이다. 좀 힘들기는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들인 노력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해 보인다. 개도는 굴곡이 많은 해안선의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산행길이 힘들다 생각할 때쯤 나와주는 바다와 주변 섬의 풍광은 그동안 흘린 땀이 괜히 흘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개도 갯바람 길에서 가장 멋진 풍광은 바로 이 장면이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쯤 되었을 때 땀이 얼굴에 줄줄 흘러내리고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을 가리기 시작할 때 나온 기암절벽과 바다의 어울림은 와~라는 말이 그냥 나올 정도였다. 내려갈 일이 살짝 걱정도 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가쁜 숨을 고르면서 휴식을 취했다.

아까 본 풍광이 정상이라면 돌아내려 와서 보는 이곳은 하산하는 길의 풍경이다. 개도 상수도 시설지구가 있는 이곳에는 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으며 배성금, 청석 금, 청석포 해수욕장과 오동여 굴이 있다. 우측으로 더 가면 선녀탕, 거북바위, 미륵바위, 얼굴바위 등의 개도 자연의 속살을 더 만나볼 수 있지만 배 시간이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화산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개도에서 술을 제조하는 곳은 딱 한군 데이다. 개도 주조장이라는 곳으로 여수에서 팔리는 개도 막걸리와 전국에서 팔리는 개도 막걸리를 모두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개도의 중심지는 여수 개도중학교와 화정초등학교가 있는 화정마을이다. 화정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개도 주조장에서는 봄, 여름, 가을에는 매일 아침에 막걸리를 빚어 12~14일 정도가 지나면 출고한다고 한다. 한국의 전역에는 수많은 전통주와 막걸리의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으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개도 막걸리 역시 조선 시대부터 그 명맥이 유지되어 오다가 끊겼으나 다시 만들기 시작해서 개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개도 막걸리를 주조장 내외분은 막걸리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논에서 논농사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개도는 다른 섬에 비해 자급자족이 잘되는 편이다.

개도라는 외진 곳에 있어서 옛날 방식으로 개도 막걸리를 주조하는지 알았는데 생각 외로 생산방식이 현대식이어서 물어보니 엣 방식으로 주조하기에는 너무 손도 많이 가고 힘들어서 이렇게 바꾸었다고 귀띔해주었다. 이날 만난 사람은 주조장의 따님으로 이곳 개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 순천에서 살다가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개도를 나가 육지에서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 주조장을 누가 대를 이끌어가냐는 질문에 여수에 살고 있는 오빠가 이어받을 것이라며 그 명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개도 막걸리를 맛보라며 내어준 소박한 상이다. 직접 담갔다는 김치만 있어도 충분히 훌륭해 보였다. 막걸리를 대접에 따라 한 모금 해보았다. 다른 지역의 막걸리와 달리 텁텁함은 하나도 없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 좋은데다가 끝 맛의 청량함에 적당히 익은 김치 한 점의 궁합은 개도 막걸리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막걸리가 반쯤 비어질 때쯤 개도 삶의 장점을 물어보았다. 지금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개도는 사람 살기에 너무 좋은 곳이며 먹을거리도 많고 특히 이곳에서 나는 멸치와 푸성귀의 맛은 도시에서는 맛보기 힘든 별미라고 전했다. 자신이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한 학년이 80명에 이를 정도로 큰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점점 떠나면서 비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전했다. 개도 막걸리는 지난해 1박 2일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조금은 힘들었던 여정이 끝나니 다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여수로 오는 마지막 배를 타고 여수에서 유명한 서대회를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길을 했다. 서대 요리는 찜과 회, 구이로 나뉘는데 ‘서대찜’은 결혼·제사 등 행사 때 빠지지 않는다. 회무침은 비빔밥용으로 제격이다. 남해안의 여수의 깊은 바다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란 서대는 가자미 같은 물고기인데 등이 발갛고 배가 하얀 흰 살 생선이다. 서대는 철분과 칼슘, 그리고 아연과 게르마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좋다. 뜨끈한 밥에 서대회 무침을 듬뿍 넣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비비면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힐링길이라 기는 하지만 평소보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온몸이 노곤해졌다. 잡으로 가기 위해 여수엑스포역으로 이동을 했다. 여수엑스포역의 바로 옆에는 스카이 타워가 있는데 낙후된 항구의 버려진 시멘트 저장고를  예술적인 건축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폐기 처분될 위기에서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건물의 높이는 67m로 이곳에 올라오면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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