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21. 2016

부안의 백합과 향교

맛보고 즐기고 여행하고

부안 하면 생각나는 여행지는 채석강이고 맛은 바로 백합이다. 부안은 그만큼 특색이 많지는 않은 지역이다. 전국에 있는 향교를 다니다가 보면 거의 대동소이하게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같은 곳이 하나도 없을 만큼 지역마다 특색이 다른 곳이 향교다. 향교를 구성하는 명륜당, 동재, 서재, 대성전, 외삼문, 내삼문, 홍살문은 모두 있지만 지역마다 예산에 따라 운영했던 방식은 달랐던 모양이다. 

항상 어디를 가면 여행지를 찾기 전에 주린 배를 채우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래야 안정감이 드는 느낌이 든다. 부안은 백합이 유명한 곳이다. 지역 특성상 서해안에 가까운 곳이어서 해산물이 많이 잡히는 곳인데 그중에서 백합으로 만든 요리가 유명한 곳이 바로 부안이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맛이 좋은 조개이다. 조 개 중 으뜸이라고 부를 만큼 맛이 좋고 자연산으로만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백합을 귀한 몸으로 만들었다. 백합은 칼국수나, 파전, 구이, 찜등으로 먹을 수 있지만 부안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바로 백합죽이다. 

양식을 하기 힘든 백합은 냉동을 하면 입을 벌리지 않기에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부안 어느 지역을 가도 백합죽은 기본을 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점을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다. 백합죽은 철분과 핵산이 많기로 유명한데 알코올을 분해하고 간 기능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부안, 변산반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상당수는 백합으로 만든 음식을 즐기고 떠난다. 최근에는 백합찜, 탕, 파전, 구이등을 같이 세트로 내놓는 음식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ㄷ태이다. 역시 백합죽 진미는 죽 중에서 전복죽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인 듯하다. 

백합죽으로 아침을 때운 뒤 찾은 부안향교는 생각 외로 규모가 큰 곳이었다. 대부분의 향교들은 부안향교보다 부지가 훨씬 작다. 부안향교는 1414년 (태종 14)에 창건된 곳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1600년에 대성전과 명륜당이 중건되었다. 

부안향교에는 대성전, 명륜당, 만화로, 양사재, 동재, 서재, 홍살문이 남아 있다. 모든 향교가 그렇듯이 부안향교 역시 조선시대에 국가로부터 토지, 전적, 노비를 지급받아 교관이 교생을 가르쳤다. 갑오개혁 이후 교육적 기능은 사라졌으며 현재는 봄과 가을에 석전을 봉행하며 초하루. 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물을 지어놓은 것이 부안향교의 특징이다. 부안향교는 19874년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93로 지정되었다. 부안향교 대성전에서 모시고 있는 인물은 四聖/顔子(안 자), 曾子(증자), 子思(자사), 孟子(맹자), 六賢/周敦頤(주돈이), 程顥(정호), 程頤(정이), 小康節(소강절), 張橫渠(장횡거), 朱熹(주희), 18賢/설총, 안향, 김굉필, 조광조, 이황, 이이, 김장생, 김집, 송준길, 최치원, 정몽주, 정여창, 이언적, 김인후, 성혼, 조헌, 송시열, 박세체이다. 

아침에 부안향교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혼자서 사색하기에도 좋고 대청마루에 잠시 몸을 뉘어 잠을 청해 보아도 좋다. 

지금은 인구도 얼마 되지 않은 부안군은 과거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부안향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렇게 위세가 있게 지어진 것일까. 전북 부안은 20세기 초 서해안 3대 포구의 하나인 줄포 항구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삼한시대에 마한의 지반 국이 있던 부안은 인구 전출 지역에 속한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여 2016년 3월 기준으로 5만 5천여 명을 조금 넘는다. 조선시대에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경제적으로 윤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안은 평야지대의 가옥을 중심으로 취락이 소규모로 흩어져 있는 곳이 많다. 도로를 따라 가촌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조금 특이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 개발된 간척지 촌락을 과 같이 기존 취락에 도시형의 집단거주지가 조성된 곳이 여러 곳 있다.  조선시대에에는 조기잡이, 도미, 새우, 조개 등을 잡는 등 어촌 위주로 성장해오던 부안은 지금은 간척지의 확대와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으로 어업이 쇠퇴하고 농업이 주가 되어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수의 서대회와 여행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