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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3. 2016

군산 옛 거리에서 만나는 맛

일본식 가옥의 오래된 흔적

군산은 일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면서 의외로 숨겨진 맛집이 많은 지역이다. 전북의 중심 도시중 하나인 군산은 일본강점기 때의 역사가 원도심의 곳곳에 묻어 있다. 군산의 원도심에 가면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근대역사박물관뿐만이 아니라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오래된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군산의 근대역사문화 경관지구는 영화동, 월명동, 신흥 동등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식 가옥뿐만이 아니라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시간이 아쉬워서 보내지 못하고 잡고 있는 그 공간을 직접 찾아가 봤다. 군산은 중국에서도 가까웠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해상무역도 비교적 용이한 곳에 있었던 지역적 이점을 가지고 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다. 


1930년대 조선 미곡창고 주식회사에서 쌀을 보관하던 창고 건축물을 지나 걸으면 마치 일본의 한 골목을 걷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월명동 일대로 들어선다. 근처의 근대건축관의 벽면에는 "이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헐벗고 굶주려야만 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 역시 우리의 흔적이다.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 역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잘 보존을 해서 우리가 어떤 역사를 겪어왔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군산의 옛 거리에서 가장 핫한 촬영지는 바로 한석규와 심은하가 연기 호흡을 맞추었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요 배경은 정면의 초원 사진관이다. 이곳은 주말만 되면 그때의 추억을 되씹으며 돌아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보다 지금은 훨씬 많은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 올리지만 정작 사진을 인화하는 비율은 훨씬 줄어들었다. 굳이 인화하지 않아도 PC나 Smart Phone으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과거에는 어떤 동네를 가더라도 저런 사진관 하나는 꼭 있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 동네 사람들의 속살을 볼 수 있었기에 동네에서 매우 중요한 소통의 창구처럼 이용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정원(한석규 분)이 운영하는 초원사진관은 심은하와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 속에서 촬영지로 사용되었을 뿐인데 이제는 군산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사진관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 속 수많은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초원 사진관에서 100여 미터 위쪽으로 올라오면 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된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부 협의회 회원을 지낸 일본인이 건립한 일본식 2층 목조 가옥이다. 일본식 가옥의 1층에는 부엌, 식당, 온돌방, 화장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일식 다다미방과 도코노마 등이 있다. 

일본인이 살았던 가옥이지만 지금은 한국 관광객들이 북적거릴 만큼 많이 보인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당시 수탈된 식량을 운반하는 거점지역이었던 곳이지만 그 아픔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가옥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오래된 건축물을 만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든다. 골목골목에 일본의 색채가 묻어 있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군산의 옛 거리를 돌아본 후 근처에 유명하다는 한 음식점을 찾았다. 군산에서 오랜 시간 소고기 맑은 뭇국을 팔아온 이 식당은 1층에는 영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2층은 과거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2층도 식당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근대문화거리에 자리한 식당이니만큼 이 상태를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을만한 물건이다. 저런 걸로 연주를 하면 오래된 느낌은 나겠지만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도구를 통해 물건의 양을 재고 각종 척도와 수치를 매겼다. 확실하게 군산의 원도심은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활성화가 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관광 콘텐츠가 충실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 것을 보면 구석구석에 있는 관광자원의 연계와 효과적인 운영 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어릴 때 잠깐 본 적이 있었던 산수책과 비교적 어릴 때 보았던 만화책이다. 예전에는 저런 월간지 혹은 주간지가 저렴하게 만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이런 전화기를 보는 것은 박물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전화기 하나쯤은 모든 집에 있었다. 지금은 집전화 조차도 없애는 추세라고 할 정도로 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2층을 둘러보고 나니 배에서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 음식점은 시간에 상관없이 번호표를 배부받아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다. 국물을 내고 무를 넣어 시원함을 더한다 그리고 질 좋은 소고기를 넣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메인 음식인 쇠고기 맑은 뭇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 소고기, 실파, 국간장이 전부라고 할 정로 간단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쇠고기를 마음대로 먹지 못했던 과거에는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음식이었다. 

팔팔 끓여져 나오는 쇠고기 맑은 뭇국에다가 생각할 것 없이 밥 한 공기를 잘 말아 넣고 수저에 밥과 무, 쇠고기가 적당량 올라가게 해서 먹으니 맛이 좋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것이  그만이다. 


군산은 2009년부터 이 근처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구상해 '1930년 근대 시간 여행 사업'을 추진해왔다. 일제강점기 때의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도로를 정비했다.  지금은 그 성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군산은 50만 국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군산과 바로 인접한 곳에는 새만금의 기적을 넘어서 새만금 신도시가 계획되어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과거부터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새만금 장기플랜과 군산의 원도심 관광자원의 연계를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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