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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3. 2016

가우도의 해물

싱싱함의 맛을 그리다. 

- 먼 곳으로의 여행 - 


전라남도 강진은 천혜의 자원이 있는 곳이다. 강진은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 강진까지 가려면 상당히 먼 발걸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무언가 행동을 하려면 그것에 대한 가치나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갔다 와서의 후폭풍(?)을 계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떠나 보지도 못한 채 그냥 집에서 쉬지 라는 말이 나온다. 


전남 강진으로의 여행은 혼자가 더 좋을 수 있다. 먼 곳으로 가는 길이기에 혼자만의 사색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더욱더 가치 있다. 


- 강진이 사랑하는 개불 - 


지난번에 강진에서 개최한 개불축제를 다녀오고 나서 개불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좀 애착이 가기 시작한 개불은 개불 속 동물의 총칭으로 형태는 소시지처럼 생겼다. 개불의 맛이 그렇게 비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생김새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개불은 회를 주문하던가 해물 모둠을 주문하면 곁가지 음식으로 나오는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개불만으로 주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불과 궁합이 맞는 재료를 사용하면 개불도 가끔은 식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 바람이 많은 여행지 - 


바닷가를 가면 유달리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바람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바닷바람은 내륙보다 강하고 꾸준하게 부는 편이다. 전남 강진 가우도라는 곳에 가면 이렇게 태극기 이미지를 활용하여 바람개비를 만들어놓았다. 바닷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바람개비가 쉴새가 없다. 잠시 바람의 힘에 돌아가던 바람개비를 잡아보았다. 

- 강진의 유일한 유인도 가우도 -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 역시 수많은 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도 있고 무인도도 있다. 강진만에는 8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에 유일한 유인도로 가우도라는 섬이 있다. 섬의 생김새가 "소의 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불러진 가우도는 두개의 면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강진 대구면과 도암면을 잇는 출렁다리를 넘어가면 가우도로 갈 수 있다. 

- 바다의 냄새 -


바다의 건강식품이라고 불려지는 멍게는 한번 그 맛을 알면 매력에 빠져나오기 힘든 수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개불과 궁합이 잘 맞아 보이는 멍게는 처음에는 쌉싸름하다가 뒷맛은 달짝지근함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인생을 축소해놓은 듯한 그런 묘한 맛을 선사해준다. 멍게가 생산되는 바다까지 와서 먹는 그 신선함을 느껴볼 만하다. 해파리, 해삼과 함께 3대 저칼로리 식품에도 속하는 멍게는 3~4년생이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멍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멍게를 보면 조금 못생긴 복숭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멍게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다의 복숭아라고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 흔들리지 않는 출렁다리 - 


가우도로 건너가는 다리는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실제 수많은 관광객들이 넘어가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출렁다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조금 흔들려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긴장감을 기대하지만 가우도로 건너가는 다리는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기에는 너무 튼튼한 것 같다. 혹시 모른다. 씨름선수 출신들을 같이 데려가면 조금의 출렁거림을 느껴볼 수 있을지도. 

- 흔들리는 것은 사람뿐 - 


가우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 순간 강한 바닷바람이 옷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아마도 가우도로 넘어가는 출렁다리는 다리가 흔들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 모른다. 다리를 건너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리는 바닷바람에 스타일이 바뀌고 지퍼를 올리지 않은 점퍼는 사정없이 공기가 들어가서 어디로 날리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다. 

- 가우도의 출발점 - 


전라남도 강진에 위치한 가우도는 강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유인도로 현재 57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이곳을 오려면 접근성이 좋지 않아 먼 거리를 돌아와야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리가 만들어지고 나서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우도에서 많이 잡히는 해산물은 멍게를 비롯하여 개불, 꼬막, 낙지, 키조개 등으로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중요한 소득원이 되어주고 있다. 

- 강진 여행 1번지로 급부상 -


어느 곳을 가더라도 여행의 시작점이 필요하다. 즉 여행 1번지가 있어야만 다른 여행지로의 연결성이 확보가 될 수 있다. 감성여행 1번지 강진의 대표 코스인 가우도에는 현재 청자조형 전망탑과 공중하강체험시설이 공사 중에 있다. 강진의 랜드마크는 강진의 양쪽 지역을 연결하는 가우도가 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강진에는 이 곳 말고도 다산초당의 흔적이 연결되는 여행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 가우도도 식후경 - 


키조개는 바다에서 잡히는 패류 중에서 대형으로 속한다. 바다에서 잡히는 조개류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전복이나 대합을 비롯하여 키조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조개다. 특히 키조개는 맛이 달고 부드러워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부위는 다른 조개에서 보기 힘든 관자로 쫄깃함이 다른 조개와 비교하기가 힘들 만큼 매력적이다. 

- 삶의 쉼표 - 


강진의 주요 트래킹을 할 수 있는 길은 바다를 위주로 만들어져 있지만 섬의 중심으로 가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숲도 만나볼 수 있다. 해안선은 2.5km에 달하는 이곳은 바다를 보면서 걷기에 최적지이다. 대부분의 길이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서 걷는 데는 매우 수월하다. 중심에 있는 보은산이 소의 머리라면 섬의 모양은 소의 멍에를 닮아 있는 가우도는 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을 만날 수 있는'영랑 나루 쉼터'와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다는 해상낚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낚시공원 옆에는 하나의 출렁다리가 있는데 가우 선착장과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 어느새 끝나가는 여정 - 


바다와 숲,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가우도 섬을 한 바퀴 돌았다. 평평한 데크길을 거쳐 걸어가다가 섬을 올라가는 산길을 거쳐 돌아오면 이렇게 내리막길에 이르게 된다. 인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어민들은 이 곳에서 생활이 생업이겠지만 이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은 순간의 추억 혹은 인생 여정의 일부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 강진은 그렇게 흘러간다. - 


강진과 가우도를 연결해주는 밑으로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아까 건너 올 때 보았던 바다는 이제 어디로 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새로운 바다이다. 강진 답사의 첫 발걸음은 가우도에서 시작하여 다산초당 정약용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짧은 시간으로 진짜 섬의 삶을 느껴보는 것은 쉽지 않다. 관광객들은 힐링의 장소로 생각하고 지나갔지만 가우도는 강진이 가진 자원으로 오래도록 육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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