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28. 2021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

아름다운 마을 소이면 이야기

지금이야 농업이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의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근본을 사용해보면 지금과도 다를 것이 전혀 없다. 크게 보면 국가가 기반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나 기업의 관점으로 보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과 개인으로 보면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농사에 씨를 뿌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거름을 뿌리고 씨를 심지 않으면 미래에 아무것도 없을 수가 없다. 돈이라는 것은 거름을 뿌리듯이 사용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은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씨를 뿌리고 이렇게 더운 날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음성군의 소이면이라는 곳은 농촌의 정주환경정비가 끝난 곳으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농촌마을이다. 

소이면에서는 농사가 잘되는 것을 기념하며 커다란 거북이를 쓰고 매년 초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음성 거북놀이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명확하게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음성거북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공터에 모여 수수 잎이나 볏짚으로 거북이 형상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길놀이, 문굿, 용궁굿(샘굿), 마당놀이, 조왕굿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곳의 안쪽으로 오면 소이면 행정복지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흔적들도 만나볼 수 있다. 농사를 짓듯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노력하다 보면 그 과실은 언젠가는 찾아오게 된다. 

잠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이 나오는 작은 연못 가까이로 가본다. 석가모니인 붓다 깨달음의 첫걸음은 '멈추고(止) 자신을 바라 보라(觀)'였다고 한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은 잠시 일상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보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화되기 시작한 요즘은 탈화석연료(post-carbon)의 자연순환 농업, 이산화탄소 흡수의 기후 농업을 고려해야 될 때에 왔다.  생태 전환의 핵심에 농본주의 사회의 재생이 있다고 한다.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을 통해 인간의 장수를 빌고 가신에게 평안과 공덕을 기원하며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던 음성거북놀이처럼 말이다. 

벽화에 그려진 농부들의 모습과 농가월령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으로 만들어낸 공원이 소이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으로 마을을 만들어가며 삶이 이어져가는 곳에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선의 흐름 (視線)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