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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1. 2021

고목과 풍류

그 이름만큼이나 고운 옥류각

8월의 첫날 삼봉 정도전이 지었던 초사라는 시와 어울리는 공간을 생각해보았다. 멀리 가지 않으며 가까이에 있고 계곡물이 흘러내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전의 정자는 계족산 자락의 옥류각이다.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도 '정치란 결국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민본사상을 알았었다. 삼봉 정도전의 시의 뒷부분은 이렇다. 


맑은 시내 그윽하게 문을 누벼 지나고

푸른 숲은 영롱하게 문을 향해 가렸구나

나가보면 강산은 다른 곳과 같은데

문 닫고 들앉으면 옛 생활 그대로세


이 시를 지었던 삼봉 정도전의 초사는 사라졌지만 계족산에 옥류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옥류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정말 오래된 고목들이 남아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크 위용과 수령에 인간의 유한함을 느끼게 된다. 왜 옛 선비들이 머물던 곳에서 나무를 심었는지 알 수가 있다. 자신을 위해 심었다기보다는 후손을 위해 심은 이유도 있다. 

600년의 가까운 수령의 이 나무도 시작이 있었다. 항상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중가에 갑자기 나오는 법은 없다.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에 손을 대보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따뜻함이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지금 계족산의 옥류각까지 가는 길목은 등산인들이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데크공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모두 완공이 가능할 듯하다. 아래 구간은 지금 한참 공사 중에 있다. 기존에는 그냥 보차공존 도로를 통해서 올라갔는데 이제는 보차가 분리가 될 수 있다. 

 ‘군자(君子), 즉 지도자는 훌륭한 덕을 갖추려 하고 백성은 눈앞의 이익과 편히 살 것을 생각하며, 군자는 법도에 맞는 통치를 생각하고 소인은 자신에게 이익이 될 혜택만을 소망한다’는 뜻은 회덕회토(懷德懷土)다. 대덕구지역의 옛 지명이었던 회덕과 한자가 같다. 

이번에는 아래의 물을 보기 위해 아래쪽에서 접근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옥류각 위에서도 책을 읽었겠지만 아마도 그 시기에는 탁족을 하면서 이곳에서도 머물지 않았을까. 

1,000년이 넘은 이 지명의 역사 속에서 덕을 품고 인으로 보듬어 온 고장 회덕의 회덕 관아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읍내동에 있었는데 조이숙이라는 현감이 1659년에 부임했다고 한다. 이때 대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이 관아로 가득 몰려왔다고 한다. 조 현감은 해진 옷을 입고 이듬해까지 자신의 녹봉마저 구휼하는 데 사용하며 백성들을 돌보다 끝내 순직하였다고 한다. 이 때 송준길이 글씨를 쓴 거사비명(去思碑銘)까지 세워 그를 기렸다.

풍류란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의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대전에서 오래된 고택이나 정자가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대덕구다. 대전의 풍류는 회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은진 송 씨의 후손들은 이곳에서 한 여름에 피서도 하고 글도 쓰기도 했었다. 

"지혜로운 사람은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며, 어진 사람은 조용히 지내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므로 오래 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한 성격으로 집착하는 것이 없어 오래 살기 마련이다." - 논어

날이 약간 선선해진 느낌이다. 세상 물정을 멀리하면서 자연에 몰두하고자 하는 초연물외(超然物外)의 정신이 서려 있는 장소에 자리한 옥류각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송준길의 문하생들이 주축이 되어 계류를 끼고 지은 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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