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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5. 2021

양면을 볼 때

무을저수지에 뜬아이스크림 같은구름

물에 구름이 뜰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하늘에 있는 구름이 비치어질 때다. 하늘의 구름과 같은 모습을 투영하지만 모습은 다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물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볼 때 비로소 양면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의 구름은 그림 같지만 물 위의 구름은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구름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존재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구름이다. 필자도 때론 태양을 가리고 비와 눈을 내리지만 구름의 실체(기상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는 모른다. 왜 여기에 떠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무을저수지의 여름은 전망도 선명했다. 모든 선이 또렷해 보이고 구름마저 의도를 가지고 그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양면이 있다는 것은 이중인격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은 그렇게 두 가지면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 역시 그렇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면도 가지고 있다. 

날아다니는 나비를 찍으려고 했건만 실패했다. 꽃들의 사랑을 전하면서 노래하며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라고 하는데 그만큼 자유로운지 좀처럼 뷰 파인드에 잡히지 않는다. 

무을저수지는 구미 무을면에  자리하고 있는 저수지다. 무을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수지중 하나로 걷기에 좋은 길이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저 끝까지 그늘은 없다는 것과 우측으로 돌아가도 그늘은 없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무을저수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데크길도 만들어져 있다. 옛 기록인 한국 지명 총람에는 ‘물골’의 이름을 따서 무을동면이라 하여'가 기록되어 있어 무을면의 유래가 ‘물골’에 있고 ‘물골’을 음차 및 훈차 표기하여 ‘무을동(無乙洞)’이 되었다고 한다. 무을(無乙)이라는 지명이 조금은 궁금하다. 

이 정도로 구름이 물에 비치어야 구름의 양쪽면을 보았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다. 무을저수지의 이 풍광을 수채화로 그린다면 제목을 삶의 양면을 볼 수 있을 때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 사람은 앞만 보고 뒷면을 보려고 하지 않기에 항상 사람의 내면은 바라보지 못한다. 

덥지만 이곳에서 괜찮다는 열무국수를 먹기 위해 열심히 가본다. 열무국수에는 딱히 재료도 많이 안 들어가는데 도시에서는 비싼데 이곳에는 저렴하고 시원하게 한 그릇 할 수 있다. 게다가 자극적인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좋다. 

무을 저수지 뒤편의 산 위에서 마치 구름이 솜사탕처럼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이다. 아니면 화산이긴 한데 폭발하지 않고 마그마만 열을 내면서 하얀색으로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열무국수를 그렇게 많이 먹어보았지만 계란을 올려주는 곳은 처음 본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에 계란값이 상당히 비싸다고 하는데 진짜로 얼음이 듬뿍 올려지고 열무김치와 함께 시원한 국수한 그릇을 먹어볼 수 있다. 국물을 끝까지 마셔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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