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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1. 2021

칠곡 가시나들

인생, 참말로 고맙데이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분들이 모여서 영상도 찍고 폰트도 만들어서 이슈가 된 적이 있고 지금도 칠곡의 마을과 곳곳에는 그림으로 사진으로 남겨져 있다. 이곳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에는 2019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실제 주인공인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늦은 나이지만 배움의 길로 들어선 할머니들의 의지와 애틋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시와 그림이 있는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는 약목 전통시장의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벽화거리는 총 7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할머니들의 인생 여정을 담은 길로 "인생 참말로 고맙데이"라는 메시지로 시장해서 소녀, 사랑, 기다림, 추억, 이제 장성한 엄마를 걱정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 할머니들의 재치 있는 입담 구간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칠곡을 대표하는 장군인 신유 장군 유적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예전에 지나가 봤는데 그때는 칠곡 가신들의 벽화가 만들어져 있지는 않았다. 

칠곡 가시나들은 한글과 사랑에 빠진 일곱 할머니들의 두근두근 8090 욜로 라이프를 담은 영화로, 쓸쓸하고 궁핍한 노년이 아닌 스스로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을 실천하는 여성들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한글은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적다. 

실천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한다. 경상도를 자주 가는 편이라 익숙하지 않은 표현도 자주 듣는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은 말하는 것이 좀 남다르다. 천지삐가리라는 말이나 요도 이쁘고 조도 이뿌다라는 표현 자체가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쪽으로 봐도 저쪽으로 봐도 이쁘다는 표현일텐데...

모든 사람들에게 잘 나갔던 혹은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겠지만 가장 좋은 때는 지금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잘나갔던 혹은 미완의 상태일때 노력했던 결과다. 

거대한 장미꽃이 있으니 어느쪽으로 봐도 안이쁘겠나. 자 자들 여온나 찍자. 

이들은 당시 20여 개의 칠곡군 배움학교 중 평균나이 최고령 학생들이었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천지삐까리다”라는 박금분 할머니의 시처럼 그리고  ‘마카, 즐기는 이 맛에 사는 거 아니겠나!’ 커피 호로록! 알딸달 수제 ‘쏘요(칠곡 판 소주 칵테일, 소주+요구르트)’ 한잔 걸치고 매일매일 동네 산책하는 즐거움을 느껴었다. 

이 벽화의 컨셉은 설렘이라고 생각된다. 어릴 때 아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듯이 인생 여정에서 추억과 그리움을 담으며 자신만의 설렘을 담아보는 것이다. 


칠곡할머니에서 한글을 배우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칠곡할머니 한 분의 말이다.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 이리 재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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