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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5. 2016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선입견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오만과 편견을 같잖지도 않게 원서로 접해보았던 필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대중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지에 대한 것은 잘 알고 있다. 좀비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이 영화의 첫인상은 그냥 B급 슬래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볼만한 영화일까? 아니면 그냥 영화를 팔아먹기 위해 오만과 편견(물론 원작도 같은 제목이다.)을 붙인 것뿐일까. 영화를 감상하고 받은 느낌은 이 영화 볼만하다. 그리고 좀비라는 B급 느낌을 통해 재해석한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릴리 제임스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플러스된 것에 대해 사심이 담겨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을 쓴 시기는 18세기 후반으로 계급사회에서 결혼 문제의 모순이 극에 달하던 시대였다. 여성은 팔리는 상품처럼 있는 가문의 남자에게 선택되어졌고 그로 인해 결혼하는 것이 오로지 하나의 기쁨처럼 생각되던 때였다.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보다는 순종하고 자신을 잘 관리하는 여자들이 인기가 많던 시기에 지적이고 당당한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이지만 다다 가기 힘든 캐릭터다. 


오만과 편견에서는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요즘 결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두 가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건만 보던가 자신 위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조적인 성격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에 대한 관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직감에 의해 첫눈에 반해 결혼에 이르게 되는 유형과 두 번째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이다. 개인적으로 후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직감은 후광이나 여러 조건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와 첫째 딸 제인(벨라 헤스콧)은 당시로 말하면 빨리 결혼해야 하는 노처녀들이다. 원작인 오만과 편견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행병처럼 번저가는 좀비들로 인해 인간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전투기술을 배워야 하는 엘리자베스는 남성(시답지 않은)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우연히 재력가 빙리(더글러스 부스)가 주최한 무도회에서 각각 좀비 사냥꾼 다아시(샘 라일리)와 빙리를 만나 호감을 느끼지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오만한 태도에 상처를 입는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인 베넷 부인과 3명의 여동생은 가벼운 캐릭터로 다시에게는 너무나 참기 힘든 경박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남자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지적이면 지적으로 되어갈수록 첫인상이 오만 해지는 경향이 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경박하고 뻔뻔스러운 성직자 파슨 콜린스와 자신에게는 친절하면서 속은 음험한 혁명가 위컴 중위(잭 휴스턴)와 교제하면서 남자의 첫인상이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이성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에서 오만과 편견을 집어넣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좀비라는 콘셉트를 더했다. 좀비는 과연 공존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죽지 않은 존재이면서 식욕만이 남아 있는 그들과 공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 일까. 


누군가에게 선물을 사주고 친절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행동이다.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은 그것 일지 모른다. 자신과 사귀려는 남자들은 친절해야 하고 자신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남자가 오만하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바랄 것이 없이 당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T IS A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이라면 틀림없이 아내를 찾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보편적이 진리이다."  - 오만과 편견의 첫 서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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