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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촌천

이곳도 살기에 좋은 입지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곳이 있다. 그렇게 깊은 산골도 아니면서 도시로 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 입지들이 있는데 산과 물 즉 산수가 좋다. 사람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고 산은 옆에 있어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농사는 해본 사람이 아니면 100평만 하려고 해도 손이 얼마나 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몇 천평이나 하려면 평생 농부의 삶을 살아도 쉽지가 않다.

공주에 자리한 왕촌천은 계룡산 뒤쪽에서 흘러내려와서 금강에 합류한다. 조선시대에 이른바 왕 씨에서 이 씨로 바꾸어 왕조를 세웠다는 역성혁명 (易姓革命)을 통해 왕 씨는 갈 곳을 잃었다. 수많은 왕 씨 핏줄은 지워졌지만 전국으로 흩어져서 생존을 도모했다.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곳 왕촌천으로 왕 씨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왕촌천을 이곳으로 들어와서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창벽로에서 오야교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왕촌천과 공주의 자연을 만나볼 수 있다. 에전에는 이곳에서 바로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유태유허지와 용문서원, 숭의사만 보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안쪽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올수록 전체적으로 고요하면서도 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좋은 곳이다. 사람들이 우연하게 이곳에 머문 것이 아닌 듯하다. 왕촌천에서 주가 되는 산은 와우산과 명덕산, 성화산이다. 뒤편에 계룡산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 산으로는 이 세 곳의 산이 대표적이다.

비가 내린 지 얼마 안돼서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여름에 물놀이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지식의 원천은 세 가지라고 하는데 여행, 책, 사람이라고 한다. 그중에 좋은 사람은 만나기가 힘들지만 책과 여행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해볼 수 있어서 좋다.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곳도 괜찮다. 물이 넘쳐서 도로 위를 살짝 흘러넘치고 있는데 풍덩 빠지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수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강은 상류 지역인 금산군에서는 '적벽강(赤壁江)', 옥천군 일대에서는 '적등진강(赤登津江)', '차탄강(車灘江)', 공주시 일대에서는 '웅진강(熊津江)', 부여군 지역에서는 '백마강(白馬江)'등으로 불려왔다. 이곳도 금산의 적벽에 못지 않은 절벽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책 중에 내일도 피어 있을지 모르는 예쁜 꽃도 발견했다.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내일은 없다. 그냥 오늘 시작할 뿐이다. 내가 있는 방향으로 세상이 흐르지 않을 때는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바람을 타는 것이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을 능가하는 것에 근접했을 때만 자신의 최대치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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