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이 채워져 만들어진 것들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공식적으로 발행된 글의 수가 5,000개가 되었다. 굳이 계산하자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세 개씩 쓰면 5,000개가 된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을 40만 km쯤 달렸으니 지구의 둘레인 40,192km로 치면 열 바퀴쯤 돌은 셈이다. 브런치에 쓴 글자의 수(빈 공간을 제외한)는 70,000,000자 정도는 된다. 모든 것이 자산이 되어주고 있다. 굳이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죄스럽다가 느낄 때가 많다. 만보기를 차고 다니지 않으니 얼마나 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걷는 것에 대해 말한다면 자신의 두 다리 중 하나로 지면을 걸으면 뒤꿈치에 몸무게 전체가 실린 다음 다시 다음의 발걸음을 걷기 위해 골반이 회전되고 발바닥이 지면에 닿게 된다. 그리고 다시 엄지발가락 와 나머지 발가락은 체중을 앞으로 밀어내며 아주 복잡한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 복잡한 행동을 위해 연구하지만 2족 보행은 쉽지 않아서 대부분의 기계들은 4족 보행을 하게 한다.
살아 숨 쉰다는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의미가 있다. 하물며 살아서 움직인다는 공간은 모든 것이 복잡하게 한꺼번에 이루어지며 구석구석에 사람들의 온기와 생각, 강경을 예로 들자면 문화와 역사가 같이 묻어서 움직인 결과다.
강경을 가본 것은 한 100번쯤 되는 것 같다. 대부분 무언가를 찾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무튼 강경의 구석구석을 갔고 여러 가지를 보았다. 사람이 살면서 존재하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이 어떤 것인지 찾아볼고 노력하는데 일부가 이곳에도 있다.
사람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욕망이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혹은 필요 없는 욕망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어버리는 텅 빈 욕망을 갈구하기도 한다. 희한하게 텅 빈 욕망의 뒤에는 불쾌함이 같이 따라온다. 사회가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확실히 쌀쌀해지고 있다. 파스칼이 쓴 팡세는 한글로도 책이 나왔지만 영어, 바빌로니아, 산스크리트 언어로도 쓰였다. 인간 현실은 그렇게 다양하게 혹은 복잡하게 철학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작품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책이다. 조금 더 단순하게 혹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있다면 질문의 답을 굳이 복잡하게 던지는 책도 있다.
강경에서 나와 조금 밖으로 나오면 강경대교가 보인다. 멀리 저 너머까지는 멀어 보이자만 가깝다. 관심의 질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매일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같은 것만 보게 된다. 아무리 틀어서 틈새를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강경에서는 날이 서늘해지는 13일부터 17일, 맛깔난 강경젓갈의 매력과 함께하는 온 택트 강경젓갈축제가 개막해서 다양한 색깔을 만날 수가 있다.
몰입이라는 것은 새로운 관점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깊이 몰입하면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의 확대를 만들어낸다. 어느새 매일매일을 살다 보니 5,000이라는 숫자에 도달했다. 다른 채널로 블로그에 쓰인 글의 수는 10,000개 정도 된다. 숫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브런치의 가치는 남다른 무게를 필자에게 주고 있다. 팡세 (Pensées)는 생각을 의미한다. 생각은 삶을 이루고 삶은 모든 것을 담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