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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4. 2021

천고어비(天高語肥)

생각이 채워져야 말이 걸러진다.

가을이 되면 흔히 언급되는 천고마비 (天高馬肥)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 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기에 책은 읽기가 좋은 시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이나 글을 읽느냐고 물어보면 바빠서 못 읽는다는 변명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거의 보기가 힘들다. 그렇지 않더라도 없는 시간을 잘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은행이 채워지게 된다. 마음은행이 채워지면 보는 눈이 달라지고 상대방이 하는 말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즉 필터가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다. 필터의 수가 부족하면 상대방의 말을 왜곡해서 자신만의 의미로 해석해버린다. 생각 없이 농담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불쾌하지 않은 농담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 있고 그 농담이 자신의 이익으로 향하지 않을 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오래 살았던 대덕구의 한 거리를 돌아보니 전에는 그려져 있지 않았던 벽화가 있었다. 벌써 가을이 온듯한 느낌의 벽화는 천고마비 혹은 글의 제목처럼 천고어비를 연상하게 했다. 이제 이곳도 오래되어서 도시재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존 거주자의 지속적인 생활여건 확보의 물리적인 측면, 사회ㆍ문화적 기능 회복의 사회적 측면, 도시경제 회복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도시재생이 실천적인 사업과 연계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근린 지역 재생 운동(New Deal for Community)과 연계되고 있기도 하다. 보통 도시재생은 주거복지 환경개선, 골목상권 활성화, 공동체 활성화로 진행되는데 H/W적인 측면과 S/W적인 측면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덕구에서는 책방 여행 마음 힐링으로 선정된 책을 50%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읽을만한 책이 있으면 구입한다. 고갈된 마음은행에서 끄집어낼 것이 없을 때 매일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 세상에서는 변화해야 할 이유도 없고 의지도 없게 된다. 직장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다. 직무를 성장하기 위한 교육조차도 그다지 고차원적이지는 않다. 

이 책은 구입을 고민했던 책이다. 소크라테스와 철학, 그리스와 관련된 책들은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새벽, 정오, 황혼으로 구분된 챕터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 철학자나 유학자들이다. 그중에서 시몬 베유는 처음 접한 사람이었다. 지적인 가족의 딸로 테어난 그녀는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책에서 위안과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산스크리트어와 아시리아-바빌로니아 언어로 쓰인 책도 읽었다고 한다. 많은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살마은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한다. 보는데도 보지 못하고 듣는데도 들리지 않는다. 


셜록홈스 시리즈를 초등학교 때 대부분 읽었는데 그 속에서 셜록 홈스는 사람들이 일종의 인지적 함정에 빠져 있다고 말하며 필수적인 것은 무관한 것 및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불행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 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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