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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0. 2021

지금, 길을 걸을 시간

고령의 호촌 늪 연꽃생태공원

지금은 뭘 할 수 있을까. 길을 걸을까. 밥을 먹을까. 무언가를 볼까. 잠을 잘까. 사람마다 하는 일은 혹은 생각은 모두 다를 것이다. 인상파로 잘 알려진 화가 모네는 1890년에 지베르니에 있는 집을 사서 화실을 만들었고, 이어서 집 주위의 땅을 사들여서 정원을 조성해 두었다. 모네의 정원은 엡트 강 지류에서 물을 끌어들여서 연못에 수련을 심어두었고 철에 따라 다른 꽃대궐을 이루는 자신의 정원을 그려냈다. 

이곳은 고령의 호촌 늪 생태공원으로 고령군에서는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 주민 숙원사업 일환으로 문화 사업비를 지원받아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생태공원을 조성해둔 곳이다. 

산책로가 주변에 만들어져 있고 중간중간 데크로드가 만들어져 있다. 연꽃과 수련, 노랑어리연꽃, 소공원, 수양버들, 청단풍이 주변에 심어져 있다. 모네의 그림 중에는 아이리스도 있는데 드라마 제목으로 잘 알려진 아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 땅에 자생하는 것으로는 ‘붓꽃’, 키가 작은 '각시붓꽃', 흔히 단오절에 여인들 머리 감는 창포류인 '꽃창포'등 그림을 연상케 만든다. 

걷기 운동을 하기에도 좋은 곳인데 아이리스는  특히 습지나 하천 변, 도심 속 냇가 등처럼 물이 많은 곳 주변에 관상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도 아이리스가 있어도 괜찮을 듯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정원을 가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화가들이 정원을 그렸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인 테오에게 '도비니의 정원'을 자신의 의도를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편지에 쓴 적도 있다.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구름이 흐릿하게 뜬 고령의 하늘에서 바람이 불어 벼가 이리저리 나부낀다. 희미하게 흐려지는 바람 속으로 어딘가로 스며들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이제 연꽃은 9월이 지나면 다시 조용하게 사그라들 것이다. 

데크길의 아래로 녹색으로 채워진 호촌 늪은 데크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편에는 연잎과 연꽃을 그리고 왼편에는 벼가 양분하듯이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는 고요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 순수한 내면 풍경 속에는 생태공원을 채우고 마음을 적시는 고요한 평화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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