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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21

하동호

보다, 담다, 느끼다.

형이상학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형상과 관념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시도 속에서 자연세계,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형이상학의 세계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도를 형상이 없는 사물의 이치라고 풀이했었다. 이날의 하동호는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형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동호는 지리산, 섬진강, 남해바다와 일정 거리를 둔 산간내륙의 청암면에 소재한 인공호수로 총연장 400m의 현수교 출렁다리가 생길 예정리라고 한다. 하동군은 9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달 말 하동호 일원에 '상상의 다리' 조성사업에 착수해 2023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하동호로 수몰이 되면서 이곳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다시 주변으로 걸어서 돌아본다. 지금은 조용한 곳이지만 상상의 다리가 만들어지면 청학동을 가기 위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올 듯하다. 

하동호 상상의 다리는 양쪽에 청암을 상징하는 조형 주탑을 세워 1경간 현수형 출렁다리 형식으로 설치될 예정이며 총연장 400m에 폭 2m의 출렁다리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된 낙남정맥(洛南正脈)의 물줄기가 모여 있는 아늑한 산정호수를 만드는 하동호는 하동군 10개 읍·면의 농경지 2511㏊와 사천시 서포면의 644㏊ 등 3100여 ㏊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리산 청학동은 가장 매력적인 장소였다고 하는데 남방의 산 중에서 지리산이 가장 깊숙하고 그윽하여 신산(神山)이라 불렀다. 하동호를 지나면서부터 하천 양쪽에 골짜기를 따라 농경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열려 있는 공간이어서 누구라도 걸어볼 수 있다. 자연은 무위로 함으로써 실패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음으로 잃을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옛말에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생각했는데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 

아련함이 남는 풍경이 하동호에 남아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코스모스는 때론 지리산과 잘 어울려 보인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미를 보면 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곳에 장미는 없으니 코스모스와 대화를 주고받아야겠다. 

풍경을 볼 때 가끔은 피상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얄팍한 것은 깊이가 부족한 것이지만 피상적인 것은 많은 것을 보며 깊이가 분산된 것이다. 매우 넓게 퍼져나가는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오래된 구조물의 하동호의 호숫가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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