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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8. 2021

나, 너

논산 쌍계사의 가을

10월 하순의 산중은 더 없어 고요한 가운데 색채가 변하는 것이 하루하루 다르다. 물결은 잔잔하고 그 위로 비친 나무의 모습이 차분하다. 요즘에 체력이 떨어진 것이 느껴지는데 먹는 것의 부실함이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의 쌍계사를 찾는 이날, 자연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쌍계사는 문화재 발굴조사와 함께 중심의 사찰 건물도 보수 중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는 60세가 될 때까지 대중스님들과 똑같이 생활하다가 제자들의 권유로 시봉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논산의 쌍계사라는 사찰의 이름은 하동에도 있으며 전라남도 영암군에도 있다. 세 곳의 사찰 모두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는 사찰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찰은 하동군의 쌍계사이겠지만 가까이 있는 곳이기에 논산의 쌍계사가 가기가 조금 더 용이해서 마음이 편하다.

작은 저수지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귀하고 귀한 나의 삶을 온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런 관계를 몸소 체득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된다고 한다. 

바람이 조금 불어서 그런지 잔잔한 물결이 위로 일어나고 있다. 한쪽으로 쓸려가는 모습의 물결이 마음속의 파동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필자가 보는 것이 풍경이고 자기가 하는 것이 자아감이다. 경험하고 있는 누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저수지를 지나서 쌍계사로 올라가 보았다. 쌍계사의 왼쪽 편으로 제대로 물든 단풍이 보인다. 올해 여름이 더웠기 때문에 단풍도 이쁘게 들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어떨지는 모르겠다. 

지난 15일에 이곳에서 마바시 인문 음악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오래간만에 오정해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정해 씨는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참 순수한 사람이다. 

 ‘2020년 지역문화재활용 우수사업 시상식’에서 쌍계마바시 사업이 3년 연속 전통산사분야 우수사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통산사 문화재활용 사업은 인문학적 정신유산과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전통산사의 문화재적 가치와 의미를 체험·공연·답사 등의 형태로 시민이 누리는 고품격 산사 문화 프로그램으로 문화재청 국비 지원 사업이다.

중심축은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았지만 양쪽으로는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존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곡사(麻谷寺)의 말사로 고려 초기에 창건된 논산 쌍계사는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408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나한전(羅漢殿)·명부전(冥府殿)·칠성각(七星閣)·봉황루(鳳皇樓)·영명각(靈明閣)·요사채 등이 있다.

대웅전은 보물 제408호로 아름다운 꽃창살 무늬를 비롯해 문병, 봉설, 용머리 등의 장식과 문양이 화려하며 법당 내부에 봉안된 삼존불 위에는 각기 다른 닷집을 달아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했다. 법당안에 있는 세번째 기둥은 굵은 칡넝쿨로 만든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대웅전은 지금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에 있었다. 대전과 충남에서 쌍계사의 대웅전만한 규모를 가진 사찰 건축물은 많지가 않다. 

대웅전의 옆으로는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법당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좌우에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을 협시(脇侍)로 봉안하고 있다. 명부전은 일반적으로 대웅전을 향하여 우측 편에 위치한다.  시왕은 지옥에서 죽은 자가 지은 죄의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왕인데 그중에  대표적인 지옥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염라대왕도 이 10명의 지옥왕 가운데 다섯번째 왕이다.

그냥 같아 보이는 물에도 무게가 있다고 한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활발하게 살아서 새로운 것들을 환하게 만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흐르는 물은 많은 것들을 지나쳐왔는데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 흐를 뿐이다. 

고요한 산사는 그냥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발굴을 하시던 분들도 이날의 일정이 끝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산세 속에 고요하게 앉은 사찰 차 마시고 물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을꽃피는 것과 함께 산이 물드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문화재 발굴도 많이 발전을 했다. 무령왕릉의 발굴 사진과 시간을 보았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문화재 발굴에 대한 지식이 현저하게 부족했는데 21세기의 문화재 발굴은 모든 것이 체계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있음만을 보려고 한다. 없음을 보려고 하지 않지만 있음과 없음은 함께 가는 법이다. 고요함 속에서 지혜가 나온다. 좋은 것을 보면 누군가와 자꾸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면 들수록 자연은 더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만 같다. 통장(쌀독)은 비어 가도 마음은 그득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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