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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2. 2017

여주 마애불과 보리밥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계신리 마애불

지금이야 특식처럼 느껴지는 보리밥이지만 예전에는 서민들의 음식이며 주린 배를 달래줄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했다. 여주는 쌀이 좋아서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보리밥도 괜찮은 맛집이 적지 않다. 여주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명성왕후 생가와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영릉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사찰이나 불상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런 여주에 남한강과 복하천이 만나는 바위 절벽에 양각되어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물을 굽어살피고 있는 불상인 마애불은 한국에서 강물을 바라보는 마애불 두 개 중 하나로 제법 유명한 부처로 알려져 있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로 가장 잘 알려진 부처는 서산 마애리 삼존불일 것이다. 산속에 있는 서산 마애리 삼존불과 달리 계신리 마애불은 여주의 가르며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주 계신리에 가면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8로 지정된 마애여래 삼존불은 남한강이 바라다보이는 강변에 높이 4.5m, 넓이 2m의 암벽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계신리 마을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1km를 더 들어가야 여주 계신리 마애여래 삼존불을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이곳 보근을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기도 하였다.

여주를 바라보며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는 마애불에는 여러 가지 설화가 전해져 내려져 오는데 널리 알려진 설화로 고려말 선승이었던 무학대사가 새겼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 이 석불암의 양식은 신라 말 고려초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름답게 새겨진 마애불과 남한강의 수려한 풍광이 제법 잘 어울린다. 남한강의 비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곳에서 영원한 세월을 사는듯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얼굴은 양감이 있으며 신체를 조각한 것은 짜임새 있어 보였다. 머리와 등 뒤에는 광명을 표현한 두광이 나타나는데 가장자리에는 불꽃무늬가 조각되어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면 선각으로 새겨진 연화좌 위에는 양쪽으로 넓게 벌린 발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었다.

이곳의 마애불은 한 번쯤 와서 볼만한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가끔 생각이 난다. 남한강을 주로 넘나들던 나룻배의 사공들이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계신리 마애불은 지금은 찾는 이 없이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서 벌써 정유년을 맞이했다. 붉은 닭의 해라는 2017년에는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본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세상은 인류가 끝나기 전까지 오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을까. 

좀 돌아다녔다고 배가 고파졌다.  여주에서 좀 괜찮다는 보리밥집을 찾아가 보았다. 삼국시대에는 보리는 쌀만큼이나 중요한 주식이었다. 추위에 약한 보리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 곡물이어서 벼보다는 재배가 수월한 편이다. 보리밥은 봄철인 3월과 4월에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그전까지 나무 표피와 산나물로 연명하였다. 그런 식량이었기에 배고픔의 상징이어서 하얀 쌀밥과 대비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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