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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김제 전선포에서 물이 흐르듯이...

대도시에서 하천은 궁극적으로는 관리의 대상이지만 평소에는 시민들의 산책공간이자 체육공간으로 활용되며 어떤 곳은 주차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항상 관리가 되어야 되기 때문에 일정한 흐름의 속도를 가지고 흘러간다. 변화가 많이 보이지는 않아서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외곽으로 나오면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곳에서의 물은 마치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여정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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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이제 바다로 가기 위해 마지막 여정을 하는 곳에는 포구가 있었다. 지금은 김제시의 상당한 지역이 모두 농경지로 개간되었기에 배수문을 중심으로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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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의 시원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만경강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고군산 열도와 계화도가 가까이 있어 예로부터 어선의 닻을 내리는 항구였던 곳이다. 고려 후기에는 지금 해군기지와 같은 군항으로서 왜구의 적선과 전투를 하기 위한 배를 배치시켰던 곳이다. 왜적이 침입을 했을 때 서쪽 봉화산 정상 봉화대의 신호에 따라 즉시 군선이 왜적을 물리쳤던 곳으로 전선포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이 주변의 마을은 전선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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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혹은 황해에 접하고 있는 반도로서 제일 서쪽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군사 전략상 중요한 요새지였던 곳이지만 전선포 제방으로 인해 포구의 흔적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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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멀리 휘감아 흐르는 이곳에 물이 가득 채워진다면 다른 풍경이 되어줄 것이다. 이 모습 그대로의 전선포도 가을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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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보니 마치 마음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때로는 휘감아 돌기도 하고 흘러갔던 곳이 다른 것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물이 적게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많이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다르게 시시각각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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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새만금 바람길의 여정길 중 한 곳이다. 바람 길마다 이정표를 잘 만들어두었다. 삶의 이정표가 이렇게 명확하게 되어 있다면 마음의 부담감이 덜할까. 실수는 적게 할 수는 있어도 다채로움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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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가 본다. 바위들이 조금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다. 옛날의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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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지고 이곳으로 걸어서 가면 만경강의 다양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마치 미지의 땅처럼 보이는데 미지의 땅에 서 있는 자신의 낯선 모습을 절실히 느낄수록 창조성은 확실하게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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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언제 움직였을까. 마른땅 위에 언젠가는 강을 건넜을 배가 놓여 있었다. 새만금 바람길에서는 누구나 감탄할만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볼 수 있는 평야를 품 고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음이 시작이 되면 어디로 갈지를 정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저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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