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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 길

가을이 인생에 스며든 순간

청량한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 속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 속에 다양한 색감을 넣어주고 있다. 김제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걷기에 성산만 한 곳이 있을까. 숲길은 낙엽을 밟는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가 어우러져 잠시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다. 겨울에 내린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뽀드득하는 소리도 좋지만 가을 낙엽이 만들어내는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가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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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의 성산은 작은 산이지만 주변으로 김제의 주요 관청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김제향교도 이곳을 넘어가면 나온다. 오래된 김제군지에 의하면 동헌을 중심으로 교동, 서암동등을 포함하여 석성이 있었다고 한다. 전북 김제시 향교길 89-16에 자그마하게 있는 성산(城山)이라는 지명은 백제 때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과 석성이 있어 성산(城山)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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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 길을 걷기 위해 김제의 성산을 돌아보았는데 야생화가 눈에 뜨였다. 볼품이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꽃이었지만 홀로 남아서 가을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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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곳을 걸어보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밟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살포시 걷는 소리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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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의 성산 근린공원은 지속적으로 이용객 편익을 위하여 배드민턴장 및 운동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왔다. 약 10여 년 전에 전통녹색 숲 조성비 3억 7천6백만 원을 투입하여 공원 내 무단경작 등으로 방치된 시유지를 원상회복하고, 500년 수령의 노거수 절개지 복원과 황토 둘레길(290m)을 조성하고 화목류를 식재하여 쉼터를 조성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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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의 위쪽에 올라오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보수가 필요해 보였지만 이곳에는 충혼비가 있어서 매년 11월에 자유수호를 위한 희생자의 합동 위령제가 이곳에서 지내지고 있다. 올해는 11월 8일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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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보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이다. 김제향교도 한 번 둘러보고 뒤쪽으로 돌아오는 길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김제 시내 주민들의 요긴한 휴식처인 성산은 해발 41m에 넓고 넓은 김제평야 한복판, 김제시내 주변에 납작 엎드린 야산 중에서 가장 높고 또 아름다운 산이자 언덕이다. 300m 길이의 성산 산책로를 걷는 동안, 5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들과 숲을 이룬 소나무들이 심호흡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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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일제의 쌀 수탈 통로를 막기 위해 주재소와 만경교 다리를 폭파하려다 발각돼 옥중에서 순국한 이리농림학교 이상운 학생을 추모해 세운 빗돌인 추모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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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에서 가을색 길을 걸으면서 돌아오는 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김제시의 성산이 자리한 곳은 도시재생 어울림 플랫폼으로 선정되었다. 68억 5,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옥산동 461번지(면적 1,913㎡)의 부지에 기존 노후위험건축물을 철거하고 연면적 1,800㎡ 4층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으로 2023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가을은 물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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