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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9. 2021

굽이치는 삶

고령의 배신을 모셨다는 낙산서원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것은 쉽지만 그걸 자신이 스스로 실행하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유학자들은 공자를 삶을 거울처럼 보았을까. 그 옛날 60 중반의 나이에도 뚜렷하게 이룬 것 없었지만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고 학문으로 정진하며 말을 글로 옮겨 전파했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고령에 자리한 많지 않은 서원중 낙산서원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낙산서원은 인안 마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동북쪽 산 능선에 두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꿩이 두 개의 알을 품고 있다고 하여 이란에서 인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부근에는 고령 일대와 현풍 일대의 주민들이 왕래하던 꼬미 나루터가 있었다고 한다. 건너가는 다리가 없었던 시절이다. 이곳에는 1952년에 건립한 낙산서원이 있는데 조선 중기 학자 배신(1520~1573)을 제항 하고 있다. 

이곳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디에 낙산서원이 있는 거야라고 생각할 때쯤 멀리서 고택의 모습이 보인다. 길도 잘 나있지 않은 곳이다. 꼬미 나루터에서 비롯된 꼬미 마을은 치산 대장군 꼬미 여장군 준공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개진면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라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와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낙산서원이 나온다. 인내를 가지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배신은 남명 조식으로부터 수학하고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도 배웠다고 한다. 성실과 믿음의 바탕 위에 그 누구보다도 배우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배신이 남긴 작품으로 낙선집이 있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오래된 재실로서의 기능만 하는 서원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사람의 심사숙고함이 담겨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은 꾸준하게 이어가는 일관성이 필요한 때이다. 

좋은 습관을 오래도록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그 반대급부도 있다. 때론 일상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습관은 고독함을 동반할 때가 있다. 

낙산서원이 있는 인안 마을에서 조금 나오면 개진강변공원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쭉 가면 연꽃 에코파크, 잠산샛강, 개경포나루까지 다다르게 된다. 목적이 있으면서 바르게 살고 그 삶이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기준이 잘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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