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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상대적이다.

고령 오곡리에 자리한 효자각과 효열각

한국 사람들은 동양적인 세계관을 유교에 입각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남녀관계, 남녀노소 등을 말할 때 유교적인 관점에서 말하는데 정작 유교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본질적인 유교에서 관계는 지금처럼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나이가 많고 적음, 부모의 관계를 지금처럼 그렇게 좁게 바라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유연성이 있었다. 조선 말기 100년 동안 온갖 더러운 짓을 통해 돈을 벌었던 사람들에게 얻고 싶은 것은 명예뿐이었다. 양반이라는 허울이라던가 남녀의 차이, 늙음과 젊음의 차이를 통해 텅텅 빈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했던 것이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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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역마다 효자각이나 효열각이 남아 있다. 효자각이나 효열각은 조선시대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치이며 의미이기도 했다.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부모와 자식, 남자의 여자의 관계에서 헌신을 통해 누군가를 공양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조선왕조와 양반으로 내려오는 시스템도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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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성산면이라는 지역은 많이 지나쳐갔지만 오곡리는 처음 지나갔는지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있었다. 항상 도로를 지나가면서 이정표와 흔적, 고택, 고목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라서 눈에 들어오면 바로 멈춰 서서 그 유래를 살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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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리를 알리는 비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왼쪽에 조정린 선생의 효열각과 오른편에는 진주 하 씨와 나주 임 씨의 효열각을 볼 수 있다. 돌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앞에 세워져 있는 비석을 보면 이들의 행실을 알 수 있도록 기록을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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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상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효 실천은 자녀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과 어르신들이 같이 협력해야 가능해진다. 자식들의 말에 귀 기울여 경청하며 말조심은 어른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은 어린이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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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인 증자에게 말한 '효도'란 하늘의 떳떳한 이치이자 땅의 옳은 모습이며 만인의 기본 행실이라고 했는데 이는 온전하게는 맞는 말이다. 하늘과 떳떳함을 보여주는 것은 부모요 하늘의 밝은 것 역시 부모가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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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각안에는 조정린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효자각이 세워진 것은 그만큼의 상대적인 관계가 부모와 자식 간에 잘 만들어져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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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잘 섬기는 일, 또는 자식이 마땅히 가야 할 바른길(道理)로 마음을 편안하고 즐거움과 감동을 드리는 것을 누구에게서 배우겠는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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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자리한 효열각에는 비석은 없이 안에 있는 현판만이 그 흔적을 알리고 있다. 효행은 땅에 뿌리박은 삶이나 조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기본이 된다. 진실된 고전이나 옛이야기는 오늘 새롭게 읽어야 할 인류의 자양분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배울만한 부모가 아닌데 그 자식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효행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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