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통영 작가의 공간
한국 같지 않은 온도와 풍경이 있는 통영을 가면 기분은 항상 남다르다. 고갯길에서 넘어가는 순간 나오는 코발트색의 바다와 아래로 펼쳐지는 통영 사람들의 집이 형형색색으로 수를 놓고 있다. 비교적 지역색이 잘 드러나는 지역인 통영은 아름다운 도시다. 그래서 이곳에서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 꽃신으로 알려진 김용익과 그의 형인 김용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기념관도 있다.
처음에는 언제 쌓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는 것보다 먼저 돌을 하나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그 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그 편한 마음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길이 정해져 있고 그 총합이 같다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자신만 편한 길로 짧은 길을 간다면 남아 있는 사람은 남아 있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게 온당한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통영의 겨울 온도는 온화해서 바닷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따뜻하다. 바다에 와서 바닷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조금의 욕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온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나는 누군가'를 고민하는 일은 세상을 품는 일과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다. 작가들의 삶은 자아와 내면, 즉 '나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것을 통해 온전한 삶의 자리를 영위하게 된다.
언어를 잘 배우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문법이나 문장은 껍질일 뿐이다. 문화의 이해 없이 언어를 한다는 것은 언어가 가진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다. 김용익은 영어로 쓴 작품을 한국어로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의 본질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그는 일본 동경 아오야마 학원 영문과를 졸업한 김용익은 1920년에 태어나 1995년까지 살았다. 옛날 꽃신은 오랜 시간을 걷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꽃신은 그 상징성이 남다르다. 고향을 거닐거나 걷기 좋은 곳을 잠시 돌아보기에 좋기에 꽃과 같다.
이곳에 오면 김용익이 썼던 작품들을 들어볼 수도 있고 읽어볼 수도 있다. 작가는 영어로 된 글 가운데 어떤 신이나 말 한마디라도 어물어물 넘어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글 쓰는 모험을 통해 한 편의 인정받는 소설을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뇌를 쓴 책에는 글 쓰는 사람의 고민이 담겨 있다. 모든 권력은 스스로를 아는 깨어 있는 사람의 탄생을 두려워한다. 어떤 걸로 포장해도 거짓과 진실의 모습을 알아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소설가 김용익뿐만이 아니라 형인 김용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김용익의 형 김용식은 주요 대사를 역임하고 1963년 외무부 장관으로 기용되었고 유엔 대사, 대통령 외교담당 특별보좌관등을 맡았다.
전시된 작품 중에 푸른 씨앗이 보인다. 미국과 덴마크 등에서 교과서에 수록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며 교과서에 수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푸른 씨앗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다. 눈빛이 다르다 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 천복이처럼 따돌림을 당하는 등 형제 싸움 같은 인종 차별이 없고, 인류의 앞날이 우리네의 지난 세월보다 더 평화롭게 살기를 지향했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형제가 받았던 교육의 흔적들이 이곳에 있다. 교육은 인간이 바로 서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식물은 재배에 의해 성장하고 인간은 교육을 통해 형성되다고 한다. 루소는 교유의 방법으로 자연의 교육, 사물의 교육, 인간의 교육 세 가지를 꼽았다.
가장 한국적이라는 작가의 타이틀이 붙여져 있는 김용익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적이라는 의미를 다시 되돌아본다. 고민하는 힘을 통해서 자아와 자기 중심주의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용식. 김용익 기념관의 옆에 심어진 나무는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주황색의 꽃과 초록색의 푸르름이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늘 하루쯤은 '나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하고 싶은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이 가는 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