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외성산(世外聖山) 자락에 자리한 읍내 방죽
속세를 떠난 성스러운 산이라는 뜻을 가진 세외성산은 대덕구의 뼈대를 이어주는 계족산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도시를 무엇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하나의 도시 안에서도 자치구가 있는데 자치구마다 그 색이 다르다. 이미지로 포화된 지금 시대에 우리는 도시를 이미지로 경험하는데 대덕구 역시 관광도시로 나가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읍내 방죽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길에 제월당 및 옥오재도 잠시 살펴본다. 각각의 건물에 붙여진 제월은 송촌동에 자리한 쌍청의 의미에서 따온 말로 조상의 맑은 기품을 닮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옥오는 깨어지더라도 나는 옥을 택하겠다는 뜻이 있다. 이 집을 지은 송규렴은 학문이 뛰어나 송시열·송준길 등과 동종(同宗)·동향(同鄕)으로 함께 삼송(三宋)으로 일컬지던 사람이다.
위에 감이 아직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 생각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자연을 보는 것이다. 먼 과거에도 프로이트는 '문명 속의 불만'에서 '도시 생활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쉼도 없어진다.'라고 쓰기도 했었다.
조금 더 올라오니 세외성산이라는 한자가 보인다. 속세를 떠나서 살기란 쉽지 않은 것이지만 계족산은 성스러운 산으로 취급을 받아왔다. 이곳에 자리한 계족산성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위로 올라오면 전에는 없었던 데크로드가 만들어져 있는 읍내 방죽이 나온다. 지역마다 자리한 읍내 방죽은 농사철에 물을 공급했는데 예전에는 읍내에 논들도 많았다. 진짜 이곳은 읍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방죽이다. 옛날에는 읍내동 하면 참 오래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읍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 사람이 많이 살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방죽은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해 물을 담기도 하지만 흘러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담아놓은 공간을 의미한다.
저 아래에 있는 대덕구 읍내동 545번지 일원은 지난 4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주거재생 혁신지구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는데 주거재생 혁신지구는 공공 주도로 신속한 계획 수립을 통해 쇠퇴한 도심을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한다.
읍내 방죽도 이렇게 활용이 되어가고 있다. 옛날에 이곳에서 수영을 했던 기억도 난다. 어떻게 이곳에서 수영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놀러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아무튼 아직까지 잘 남아 있으니 옛날의 기억도 되짚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