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탑정호를 걷는 여정
결정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을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결정만 하고 끝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결정한 것을 무조건 좋은 결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동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삶은 길은 하나하나를 이은 것으로 이어진 것을 하나로 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 너른 면적을 가지고 있는 탑정호에는 구석구석마다 길이 만들어져 있다.
멀리 출렁다리가 보이는 이곳은 이곳에 터를 잡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간이며 레스토랑과 매운탕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걷는 길로 통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도 좋은 길인데 하나의 음악을 여러 가지 연주 방식으로 한 것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바흐는 푸가의 기법의 연주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았는데 현악 4중주나 오케스트라 혹은 건반악기 하나로 연주해도 좋다.
걷다가 하늘을 보니 반달이 떠 있었다. 본질에 대한 탐구는 본질에 더해진 변형을 탐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고의 자유를 가지게 되면 사소한 것의 변화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탑정호 생태길에는 탑정호 습지도 있다. 반대편에는 탑정호 생태공원이 있는데 여유 있게 사람과 거리를 두면서 걷기에는 이곳이 편하다.
탑정호 소풍길도 구간구간마다 나뉘어 있지만 하나로 이으면 하나의 길처럼 탑정호의 전체 공간을 이어준다. 하나하나를 이은 것을 이어진 것을 하나로 본다는 것을 빅픽쳐(Big picture)라고 부른다. 별개로 보이는 일들을 연결하는 관점, 서로 다른 이슈의 관계를 파악하는 관점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지식이 된다.
이곳 데크길은 길지는 않지만 탑정호를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 준다. 달의 인력과 바람의 힘으로 인해 탑정호의 물은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계속 육지로 밀려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탑정호의 출렁다리를 가보려고 하다가 한적한 이곳을 찾았다. 저 건너편 어딘가에 갈대 나래 섬이 있다고 하는데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탑정호의 주변에는 갈대가 지천에 있다.
노을이 어떻게 저런 색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지만 멀리 있는 산이 자주색으로 색칠이 되어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탑정호는 이제 논산평야에 물을 대주는 시민분들의 귀한 자원을 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관광명소가 되어가고 있는데 2.9km의 탑정 호반을 감싸는 데크길을 시작으로 숙박, 레저, 휴양, 체험 등 복합 문화 휴양단지, 탑정호 자연문화예술촌, 딸기향 농촌테마공원 등이 모두 들어설 예정이다.
멀리 한 폭의 풍경화처럼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지키는 산봉우리들의 자태가 찬 바람을 가르며 노랗게 부서지는 햇살 속에 그려진다. 걷다 보면 탑정호 버드나무가 노을과 어우러져 있는 풍광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장관이 아닐까. 탑정호의 물결과 데크길 그리고 저 건너편의 낮은 산 위로 비추어지는 노을색이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