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문화재단지의 거리에 머물다.
사극(史劇)이라고 하면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생각하지만 사극이라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현재에서 과거를 살펴본다는 의미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도 했지만 그 속에 없었던 이야기를 녹여내기도 한다. 사극은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를 과거의 색깔로 그려낸 것뿐이다. 단지 배경이 바뀌었을 뿐 사람들의 속성과 그 이야기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다.
청주의 문의라는 곳에 가면 문의 문화재단지가 있는데 이곳에는 양반의 고택부터 서민들이 살았던 집들이 재현이 되어 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옛날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색깔을 가진 곳이면서 대청호반을 바라보면서 유유히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부분을 마을 거닐기에 사용하고 있는데 삶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택에 있는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냥 놔둔 것이 아닌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드라마 사극에서 사람들은 연기를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풍경이나 고택의 의미는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이쯤 되면 조선 지식인들의 서가를 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어떤 집에 가더라도 한 권은 있을 것 같은 책이 천자문이다. 천자문은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널리 읽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하는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천자문은 선조 8년에 전라도 광주에서 간행된 광주 천자문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양반의 가옥의 형태도 볼 수 있고 원래 살았던 사람들의 고택을 이전한 것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천자문은 배움으로써 사용되기도 했지만 그날의 운세를 점치는 파자점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글자를 무작위로 찍은 다음에 한자를 분해하면서 앞으로 운세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리오너라라고 말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곳에서 그냥 돌아보기만 한다. 우리는 지금도 신분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유롭지가 않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그것에 얽매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일요 기록화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기록화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기록하는데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를 재현하여, 조상들의 삶과 얼을 되살리고 배우기 위해 설립된 문의 문화재단지에는 대표적으로 지방 유형문화재 제49호인 문산관이 이전 복원되었으며 낭성면 광정리와 문의면 노현리, 부강면 부강리에서 민가가 이전되었다.
위에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한눈에 집들과 가옥들이 밑에 보이는데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다른데 이것은 농단과도 연결이 된다. 농단은 높이 솟은 언덕에 올라서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이득을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지리를 독점하고 권력을 점유하면서 나라에 문제를 만든다. 그런 것을 국정농단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모습만 달라지고 사는 방식, 일하는 공간만 달라졌지 모든 것이 똑같다. 이곳에서 일부 공간은 오픈되어 있지만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역 패스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저 가마는 복원이 되어 있는 것인지 원래 있던 것을 재현해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릇을 구웠던 곳이다. 그릇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 바퀴 잘 돌아보고 옛날의 풍경을 감상해보았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곳이었다. 이곳 외에도 미술관을 비롯하여 박물관이 있는데 기와박물관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기와 등 774점의 유물이 전시되어있고, 동굴박물관은 청주지역 선사시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