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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란.

다수 백성의 편에 섰던 윤유

시작점은 다르며 기회는 공평하지 않고 미래는 더욱더 불확실해지고 가능성은 더없이 작아졌다. 이 문장이 요즘의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 명제는 분명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회계학과 세법을 열심히 공부하면 소득을 작게 만들어 세금을 합법적으로 탈루(직업으로는 회계사)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런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에 정치에 영향을 받는다. 조세정책은 사회의 각종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의 과세는 입법과정에서 바뀌게 된다. 과연 사회 부의 재분배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사회 플랫폼은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서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스스로가 열심히 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회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조세정책은 균형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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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조세정책과는 다르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가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과거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논산의 부황리라는 곳에 가면 봉계공 윤유 선생의 영당이 보존되고 있다. 과거에는 관료와 정치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벼슬을 했다는 것은 정치에도 관여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료생활을 했던 윤유는 조세의 형평성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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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이 잘 보존되어 있는 논산 윤증 고택의 윤증은 잘 알려졌지만 한적한 곳에 자리한 윤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윤증에게 수학을 했으며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맑은 물과 밝은 달과 같은 깨끗한 정신의 소유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에 남게 된다. 1998년 9월 11일 논산시의 향토유적 제31호로 지정되었다. 봉계공 윤유의 영당은 8평의 팔작형 목조 와가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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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서 건물은 단청에 채색이 필요하고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양성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흉년이 들자 창고를 털어 빈민을 구제했던 윤유는 검소한 생활을 하고 무명세(無名稅)를 전부 폐지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기득권의 이득을 위협하게 되면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기가 쉽지 않다. 윤유 역시 토호의 모함을 받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과 벗삼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름도 없고 죽고 없어진 사람이나 막 태어난 아기에게 세금을 매겼던 그 때 백성들의 삶은 피폐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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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 선생 영당의 위쪽으로 오면 부황 2리에 자리한 부황역이 있다. 호남선 철도역이었던 부황역(Buhwang station, 夫皇驛)은 1970년 보통역 승격 당시 준공된 역사가 존재하였으나 2003년 철거되고 현재는 부속건물과 버스승강장 형태의 대기소만이 남아있다.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으면 새롭게 채색해서 그곳을 중심으로 여행지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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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곳에 가면 자리한 간이역의 모습은 아니지만 부황이라는 지역을 이어주었던 기차역이 있던 곳이다. 연산역, 부황역, 개태사역은 논산에 자리한 대표적인 간이역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풍경이 변화하며 마을의 모습도 바뀌어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시간에 상관없이 비슷하다. 윤유는 목민관(牧民官)으로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하여, 당시 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부정부패, 외침에 대비한 국방정책의 제시 등 국정 전반에 걸친 폐단과 이에 대한 대책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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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황리와 가까운 곳에 부처골, 통인, 가마골 등의 옛 지명이 남아 있는 덕평리가 나온다. 그냥 시골 풍경의 모습과 한적한 겨울의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논산 덕평리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입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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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에 기차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교통수단으로 기차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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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회로 사용되었을 건물인데 오래되었지만 근대건축물의 모습과 닮아 있다. 논산의 구석구석에 보면 저런 건물들이 적지가 않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옛사람의 생각을 담은 길을 이어주는 것은 관광을 넘어선 생각이라는 가치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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