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얀 것은 눈, 소금, 그리고 설탕
오래간만에 옥녀봉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올라가 보았다. 오래간만에 와서 그런가 박범신 작가의 소설에서 등장했던 배경의 소금집이 새롭게 만들어져 있었다. 소설 소금은 강경과 탑정호를 배경으로 그려졌는데 당시 아버지의 초상을 그려냈는데 이곳은 주인공이었던 선명우가 가출한 후에 새로운 삶을 열어갔던 보금자리로 설정된 집이 자리하고 있다.
눈이 내린 날이어서 그런지 운치가 더 있어 보이는 논산 강경의 옥녀봉이다. 인적이 거의 없어서 정말 조용하게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논산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강경 옥녀봉은 논산 8경 중 하나다. 옛날 이 산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아주 맑았고, 산은 숲으로 우거져 있었으며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이 있어 경치가 더없이 좋았다고 한다.
이곳이 소금이라는 소설의 배경지이기도 한 소금집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집으로 거의 허물어가던 모습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오니 새롭게 재 단장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소금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을까. 옥녀봉은 달 밝은 보름날 하늘나라 선녀들이 이 산마루에 내려와 경치의 아름다움을 즐겼고 맑은 강물에 목욕을 하며 놀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마침 2021년의 마지막 보름달이 뜨기에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하늘나라 선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하지 않고 2022년의 마지막 보름달이 뜰 때 와봐야겠다.
옥녀봉 봉수대는 전북 익산 광두원산의 봉수를 받아 황화산성, 노성봉수로 연락을 취하던 곳이다. 가보면 알겠지만 멀리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봉수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반지의 제왕에서 봉수로 연락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웅장한 소리와 함께 고조되던 분위기가 좋았다. 희망이 있는 느낌이랄까.
저 멀리까지 한눈에 바라보인다. 어디서 보아도 분위기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넓은 공간에 강경 항일만세운동 기념비도 있는데 1919년 3월 10일 강경읍 장날을 이용하여 약 500여 명의 군중들이 이곳에 모여 독립만세를 부르고 시위운동을 벌였다고 곳이 남아 있다.
노을빛에 물든 강경읍도 좋지만 해가 모두 진후에 바라보는 옥녀봉도 좋다. 날 좋은 날 강경에 가시거든 강경의 유명한 음식도 맛보고 옥녀봉에 올라 야경을 만나보는 것도 추천해본다.
박범신의 소금이라는 소설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아버지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2011년 11월 논산으로 귀향한 뒤 고향에서 쓴 첫 소설로 특히 강경과 탑정호 등 논산 일대의 풍광이 담았다. 한 염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소설 ‘소금’은 화해가 아니라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