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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천의 하흑

겨울의 낚시꾼과 철새, 도보여행가

김제의 벽골제 그리고 당진의 합덕제는 많은 농지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어떤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마땅히 그것을 활용할 이유가 있다. 김제평야나 당진에 자리한 평야는 일찍이 간척사업 등이 이루어져서 만들어진 공간들이 있다. 검은 갯벌이 있었던 당진의 합덕의 한 지역은 아랫 검은 돌을 뜻한다고 한다. 일구어서 옥토를 만들어내어 합덕 천변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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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흑이라는 마을에 오니 작은 성당이 보인다. 주변이 탁 트인 곳에 자리한 이 성당은 마치 여행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성당이다. 하흑 공소인데 본래 마을 안에 있었으나 1980년대 길이 새로 나면서 현재의 자리에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하흑 공소는 복자 김사집 프란치스코를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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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집 프란치스코는 '비방구지'출신으로 가난한 사람을 돌보면서 천주교 활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해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되어 이듬해 1월 순교하였다. 1801년에 진행된 일련의 천주교 탄압을 천주교 측에서는 신유박해(辛酉迫害)로, 정통 주자학을 고수하는 세력은 신유사옥(辛酉邪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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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을 이어나가는 삽교천은 내포문화숲길로 백제부흥군 길이기도 하다. 찜통 같은 더위에 카리브해 여객선을 타고 어디를 가지는 못하지만 옷만 제대로 입는 다면 눈이 내린 길을 걷는 것도 여행지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다.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은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감은 동정이나 연민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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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여러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과 정보를 습득하고 정서적으로 해석 및 이해하는 능력이 합쳐진 것이다. 공감능력이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삶과 타인과의 삶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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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의 삽교 천변을 거닐면 낚시꾼들이 참 많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새들도 보인다. 합덕이라는 지역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이곳 천변길은 와본 기억이 없다. 합덕읍에는 삽교 천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리성지, 당진 합덕제, 버그내 순례길, 황무실 성지 등이 있다. 성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물길이 깊숙하게 내륙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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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읍에는 삽교천이 남동부 경계를 지나 아산만에 흘러들며, 서북부 산지에서 발원한 석우천이 옥금리 일대에서 삽교천과 합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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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로 지역마다 색깔을 가진 마을이 사라져 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해온 생활의 공간이었으며, 민속․의례․신앙 등 전통적인 문화를 만들어온 문화의 공간이었던 곳이다. 예당평야의 한 부분인 소들강문 평야에 자리한 합덕마을은 이 소들강문 평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합덕마을은 겉으로 보기에 다른 농촌과 다를 바 없지만 일상처럼 도보여행가가 탐방하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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