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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색 : 화이트

이맘때 가면 다른 느낌이 있는 합덕성당

사람에게 한 가지 색이 스며든다면 어떤 색이 좋을까.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바탕색을 가지고 그위에 다른 색을 채색해간다. 인생의 그림은 끝날 때까지 계속 그리게 된다. 붓을 놓았다면 가장 중요한 자신이라는 그림을 적당하게 빈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도화지는 한 장만 주어진다. 잘못 그린 것은 잘못 그린 것일 뿐 바꿀 수는 없다. 시작점에 한 가지 색을 고르라면 흰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흰색에는 어떤 색을 칠해도 물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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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합덕성당은 원래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삼궁리에 있었던 양촌성당이 전신이다. 1890년에 지어졌으니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위치에 지어진 것은 1899년으로 초대 본당 주임 퀴를리에(Curlier, J. J. L.) 신부가 건축하고 이전하여 이름을 합덕성당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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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내린 날 당진의 합덕성당을 찾아가 보았다. 개인적으로 합덕성당과 어울리는 색은 흰색이었다. 은행나무가 많이 심어진 곳이어서 가을에는 온통 노란색으로 가득 차기도 하지만 한겨울의 흰색은 따뜻하게 합덕성당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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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계단씩 밟아서 올라가 본다. 정서는 심적 상태와 신체적 상체가 함께할 때 지금 있는 일과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반응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일을 준비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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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건축물은 왜 그토록 대칭성에 무게를 두었을까. 한국의 전통적인 건물들은 대칭적인 것이 거의 없다. 비대칭 속에 균형을 보았고 자연 속에 스며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서양의 건축물은 기하학과 대칭,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웅장하고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건축의 대가라는 르 코르뷔지에나 스페인 건축물을 설계한 가우디 역시 그런 양식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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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성당의 뒤쪽에 오면 탁 트인 곳에서 명상이나 생각을 하기에 좋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서 걸어가면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여정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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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물은 좌우대칭과 균형적인 채광, 적벽돌과 회색의 혼합으로 지어진 것이 많다. 근대와 건축을 합친 단어를 처음 사용한 건축가는 오토 바그너이다. 두 단어를 합친 근대 건축음 바그너가 시립 미술학교 건축과에 교수로서 했던 취임 강의 내용을 펴낸 책의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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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성당의 형태도 지금 남아 있다. 건축은 한 시대를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한 의지다. 공간은 건축물을 통해 살아있고 변화하며 새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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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어느 하나의 종교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공간 개념의 근원은 깊이 숨겨진 문화적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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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건물이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게 된다. 인간의 감각과 상상력은 예술에서 완성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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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뒤에서 합덕성당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흰색의 눈이 성당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모든 중요한 시기는 후에 그 시기의 고유한 건축 양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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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나아갈 때 새롭게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좋은 건축물을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가진다. 유용함과, 견고함 그리고 기쁨이라고 비트루비우스가 3대 요소를 꼽았다. 그렇듯이 좋은 사람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가지지 않을까. 따뜻함, 일관성 그리고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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