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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2. 2022

고택 기행

겨울의 청주 고은리 고택

가상세계로 만들어지는 메타버스나 모델링 된 캐릭터가 실제처럼 보이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오래된 것도 가치가 여전하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더라도 살고 있는 집은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그냥 옛날 집처럼 보이는 고택이라 함은 예전에 지어 오래된 집을 뜻하는 古宅과 살아가던 중 한 때 살았던 옛집을 일컫는 故宅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많은 집들이 살았던 집이자 주기적으로 관리되는 문화재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도 적지 않다. 

1861년 (철종 12)에 지어진 청주 고은리 고택은 멀리서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다가 이날은 처음으로 방문해 보았다. 일본식 가옥의 형태와 초가집, 기와집을 같은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대문의 바깥쪽에는 건물이 하나 있다. 전체적으로 양반의 가옥이라기보다는 민가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안채와 20세기 중반에 지은 사랑채로 이루어진 전통 한옥이다. 남아 있는 가옥으로는 안채와 행랑채, 곳간채, 광채가 있고 중앙에 마당도 있다. 

고택은 문화재로서 바라보기보다는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진가를 볼 수 있다. 고택의 앞에 있는 조각상은 무슨 의미로 만들어졌을까. 고택을 자세히 보면 요즘의 아파트와 달리 문을 열면 다른 가족이 살고 있는 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파트는 창문이 모두 밖으로 열려 있다. 

찻집으로의 이름은 고선재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본다.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그런지 몰라도 진득하면서도 따뜻한 대추차 한 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좁은 공간에서 있다가 고택으로 오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다. 고택은 분류상 민속자료에 속하는 문화재인데 시간이 멈춰버린 듯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석구석에 보면 마당에 서 있는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 한그루나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면 꽃을 피울 나무들도 보인다. 

고은리 고택에서는 높은 벼슬을 했던 사람의 이야기는 없지만 대를 이어 내려온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풍수를 잘 알지는 못해서 건물 배치의 의미는 잘 알 수는 없지만 하늘·땅·사람 모두 이로운 우주의 섭리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풍수지리를 보고 건물의 배치를 정했었다. 

이곳이 중심이 되는 안채 공간이다. 찻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그냥 친한 지인의 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처럼 느껴진다. 안쪽의 방에는 집주인이 있는지 불이 켜져 있었지만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조용하게 고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안채 옆에 자리한 건물에는 개도 있었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단 한 번을 짖지 않았다. 대신 꼬리를 흔들면서 사람이 찾아왔음을 반기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떠날 때까지 한 번을 짖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세계도 생각하고 있는 이때에 고택도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오래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우리만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가 담긴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뒤에 낮은 언덕처럼 조성을 해두었는데 돌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바라보면 아기자기하게 모인 고은리 고택을 내려다볼 수 있다. 눈 내린 초가집 지붕의 색에 정감이 있다. 

이곳 160년 된 국가지정문화재 청주 고은리 고택은 찻집으로도 운영이 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적한 이곳으로 찾아와 차를 마신다고 한다. 대청에서 차를 마시는데 이날은 너무 추워서 대청에서 차를 마실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비록 성장과정이 척박하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몸을 사리며 살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만 상상해보면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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