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100선에 지정되었다는 시간의 그림
삼국시대에 오래된 정원으로 동쪽에 자리한 신라의 동궁원이 있다면 서쪽에는 부여에 자리한 궁남지가 있다. 궁남지에서는 봄에는 늘어진 줄기의 버들나무,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채색된 단풍을 볼 수 있는데 겨울에는 야경이 가장 큰 볼거리다. 궁남지의 주변으로 백마강 국가정원이 조성될 예정인데 군수지구에서 왕포 지구에 이르는 130ha의 넓은 하천구역에 주제별 정원 조성, 생태습지, 경관시설 확충 보완, 초화류 식재,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2028년에 완료할 예정이다.
추워진 날 굳이 궁남지의 야경을 보겠다고 부여로 향했다. 궁남지로 들어가는 원형교차로에는 서동과 선화공주가 아주 조금씩 돌아가면서 오는 이들을 맞이해주고 있다.
조명이 설치가 잘 되어 있어서 연꽃이 있었던 물에 빠지지 않고 궁남지의 중심건물로 걸어가 볼 수 있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은 백제 문화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궁남지에 딱 어울려 보인다.
궁남지에서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에 자리한 정자 하나뿐이다. 게다가 그 정자까지 가보려면 멀리 돌아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항상 이곳을 올 때마다 이곳에서도 정자까지 건너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돌아서 걸어간다.
걸어가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오른손이 시리기 시작했다. 어깨에 메고 가면 될 것을 갑자기 괜찮은 화각이 나오면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찍은 것이 번거로워서 그냥 들고 간다.
멀리 있는 조명만이 궁남지에 자신의 존재를 빛으로 알리고 있다.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걷다 보면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을 놀러 온 사람들인지 치킨도 미리 주문하는 여성분도 보았다. 치킨을 배달을 시키는 것인지 숙소로 보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세히 주문하는 통화를 들었다.
다리의 끝에 자리한 정자의 이름은 포룡정이다. 궁남지는 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철인왕후는 경헌장목이며 철종의 비다. 그녀는 1863년 명순(明純)의 존호를 받고 이듬해 고종이 즉위하자 왕대비가 되었다. 순조 때부터 이어온 안동 김 씨의 세도정치는 그가 왕비로 된 이후 절정에 달하게 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많이 각색되었다.
불빛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먹을 것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일까. 아래를 내려다보니 잉어와 붕어들이 잔뜩 모여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날의 픽이라고 하면 부여 궁남지 야경이다. 정면의 포룡정은 서동의 어머니가 궁남지에서 용을 본 뒤에 잉태를 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이야기가 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