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서천 치유의 숲을 찾다.
책을 읽다 보면 혹은 영화를 보다 보면 아름다운 서사를 볼 때가 있다. 서사란 인물을 통해 성격이 드러나는데 성격은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일정의 시간 단위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사건들이 서술되어가는 것을 서사라고 부른다.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작가의 안목과 솜씨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람의 서사라고 하면 자연의 서사는 조금은 다르게 만들어진다. 계절이 만들기도 하고 풍경이 만들기도 한다. 그곳에서 사람은 힐링을 하기도 한다.
이곳은 서천에 자리한 치유의 숲이라는 곳이다. 말 그대로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서천읍에서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주변에는 노인분들의 치료를 위한 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열린 공간으로 누구든 이곳에 와서 잠시 치유를 위해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눈이 내린 날에는 조금 조심해가면서 걸어야 한다. 흰 눈이 내린 곳의 설경을 보면서 쉼을 청해 본다. 바로 옆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이 조성되어 있다.
저벅저벅 눈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가 본다. 아쉽게도 내린 눈의 양이 많지 않을뿐더러 내린 지 하루가 지나서 뽀드 득소리는 듣지 못했다. 어릴 때는 그 뽀드득 소리를 듣기 위해 눈 내리는 날 강아지처럼 나가서 내리는 눈을 마음껏 맞았는데 이제 그런 기억도 있었나 싶다.
저수지의 가장자리로는 살얼음이 살짝 끼어 있다. 문장에 스며든 마음을 문심이라고도 부른다. 진실하고 기교에만 기대지 않는 문심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문심은 작가마다 다르게 만들어진다. 저수지에 이렇게 선명하게 산이 그려진 것은 이 시간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너무 밝아도 안되고 너무 어두워도 형체가 흐릿해 보인다.
저수지를 눈에 담았으니 아래에 대나무 숲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걸어서 내려가 봐야겠다. 사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오두막이 하나 지어져 있는 곳이다.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땅도 저절로 치우치게 된다고 한다. 균형 있게 보는 것도 필요한 때다.
갈림길에서 위쪽이 아닌 아래쪽으로 걸어서 내려가 본다. 이곳으로 걸어서 들어가면 호수 풍경을 계속 보면서 걸을 수 있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왜 기분이 편안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람소리가 그 속에서는 부드러워지면서 들리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걸어서 내려간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누가 볼까 봐 벌떡 일어나겠지만 그 뒤에 몰려오는 아픔이 있다.
대나무,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여오는 자연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숲의 정기는 일상에서 얻는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여 정신적 안정을 되찾게 해준다고 한다. 대나무 숲의 중앙에 홀로 있는 나무가 멋스러워 보인다.
저곳이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다. 여름에는 쉴 수 있지만 겨울에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 곳이니 잠시만 머물러보기로 한다. 오래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나서는 오두막만 보면 그 책이 생각난다. 삶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