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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2. 2022

킹스맨

킹스맨 시리즈 중 가장 철학적인 영화

필자는 아쉽게도 아버지가 남긴 긍정적인 유산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거칠 때까지 부모가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자신이 선대로부터 받아온 정신적인 유산(여기서는 금전적인 것은 제외한다.)을 자식대로 물려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아버지는 인성과 품격의 유산의 토대를 만들어주며 어머니는 사랑의 유산을 남겨준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갔을 때 아무런 지원이 없다면 다시 무언가를 세울 때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작금의 사회문제 역시 유산이 있는 세대와 유산이 없는 세대가 얼마나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에게 받은 유산(돈이 아님)이 없었을 때 장점은 단 하나뿐이다. 백지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세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관점 등 모든 것을 배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은 사회에 오염이 되어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잘못된 유산과 폭력적인 관점을 그대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볼 때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배웠다는 전문가조차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들의 정신분석은 단편적이고 편향적이며 자본주의 친화적이다.


킹스맨의 전작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보았지만 철학적인 관점을 보기 위해 다시 한번 극장을 찾았다. 다음번에 극장을 찾기 위해서는 3자를 접종해야 할 듯하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이며 노블레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지 말하는 영화다. 일명 선진국들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지난날 착취와 인권유린의 역사를 가지고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했다. 그들의 다른 점은 그 과오를 스스로가 알고 명예가 있는 노블레스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건희가 자신의 아버지 이병철이 대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했던 불법을 사죄했던 적이 있던가. 이재용이 불법 승계를 위해 이건희가 했던 행동들을 낱낱이 밝힌 적이 있던가. 없을뿐더러 돈이 있기에 당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 돈은 있어도 명예는 없다.

킹스맨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주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돈이 아닌 그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음에 무게를 느끼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노블레스가 짊어지어야 할 사회의 의무를 행하기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사망하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초등학교(솔직히 국민학교) 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 선택한 것은 책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은 솔직히 필요했다. 당시 콩알탄을 던지는 것(방에서 던졌다가 검은색 그을림이 생겨서 아버지에게 밤새도록 맞은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그걸 사기 위해 돈이 없어서 나름의 불법적인(?) 활동도 했다. 구슬로 특정 구멍에 넣는 것은 마치 자로 잰듯했고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진 뽑기를 어찌나 잘했는지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정말 거대한 설탕 덩어리 잉어, 호랑이, 붕어 등을 획득했다. 그런 설탕 덩어리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


이른 나이에 사고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콘래드를 위해 옥스퍼드 공작은 모든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들 콘래드는 자신이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가진 것에 대해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났을 뿐 그것에 대한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 아들의 치기 어린 생각이 결국 상처를 입을 것을 알기에 옥스퍼드 공작은 만류하게 된다. 돌아보면 민주주의 정치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읽었던 처칠의 위인전이었다. 누가 읽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처칠의 이야기를 읽고 아~ 정치인은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저질스러운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고 지금은 나아졌다고 하나 그렇게 나아지지 않았다. 법조인은 애브라함 링컨을 보면서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욕심이 가득한 사리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직 신분상승을 위해 판검사를 하고 있었다. 언론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를 보며 역시 기자라면 저런 것이야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보면 당시 세계사를 볼 수 있다. 역사는 정말 중요하다. 한국사, 세계사를 비롯하여 모든 역사는 관심을 받을 이유가 있고 수학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생각하기 싫다는 수학보다 더 싫어한다는 것이 역사다. 그건 온전히 교사들의 역량 부족이다. 소명으로 교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돈벌이로 선택한 교사들이 어떤 철학적인 기준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사건이 발생한 년도는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잘 이끌어주면 자연스럽게 외우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걸리기에 그런 교육방식을 선택하는 역사교사가 많지 않다. 시험은 사건, 년도, 누가, 어떻게만 알면 쉽게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멋진가. 아들에게 첫 슈트를 맞추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말이다. 영화 속에서 옥스퍼드 공작은 평화를 지향한다. 전쟁이 만들어내는 그 참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가공할 무기 핵폭탄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 평화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전쟁을 벌인 국가는 자신들도 파멸되기 위해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은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한 번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무기가 없었기에 벌어졌다. 지금과 상황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1차 세계대전은 세르비아를 지원했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를 지원하는 영국, 유럽의 강국이 되려고 했던 독일 간의 힘겨루기 속에 벌어졌다.


필자는 정치적으로 혹은 국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 현상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힘의 균형이나 정치적인 계산을 살펴보는 편이다. 일은 그냥 벌어지지 않는다. 벌어진 일은 표면적일 뿐 수많은 일들이 연관되어 발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옥스퍼드 공작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숨겨진 조직을 찾아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잘 촬영했다.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술로만 살던 그를 이끌어준 것은 유머 폴리였다. 아주 진한 홍차(아마도 그럴 것이다. 영국에서 그런 고급스러운 다기세트로 마시는 유일한 차는 홍차다.)를 준비해준다. 폴리는 당당한 여성이다. 천재에 가까운 두뇌에 전투능력과 분석력까지 갖춘 여성이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엘리트 계층에 있다는 사람들은 그런 자격이 없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치인을 잘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공정이 아닌 평등을 추구하면 된다. 지금 한국사회의 공정은 1등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아바의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사회는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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