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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미학, 장미

1월에 읽는 매산 해안공원길 빛의 향연

밤이 되면 밤만이 보여주는 색깔이 있다. 전기의 힘을 빌어 불을 밝히지만 우리는 그 모습을 기억하고 때론 가슴에 벅찬 서정성을 느끼기도 한다. 당진에 자리한 매산 해안공원은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해가 저 바다 너머로 넘어간 시간에는 처음 가보았다. 그 시간에 밤의 미학을 알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매산 해안공원을 찾아와 그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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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야경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때는 연말이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조명을 설치해두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산 해안공원길의 조명은 사시사철 있어도 풍경과 잘 어울린다. 상당히 신경을 써서 조명을 설치해두었는데 같은 조명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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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의 꽃길을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 본다. 빛이 만든 길 속으로 들어가면 오늘 가본 기억과 겨울에 볼 수 없는 장미꽃 피고 차갑지만 그 속에 짠내가 스며든 바닷바람도 분다. 필자의 길은 언제나 새롭지는 않지만 새롭기 위해 많은 것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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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아도 풍경이 좋은 곳인데 밤에 보니 더 좋다.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이걸 모두 관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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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걸어가다가 아래를 보니 돌 청개구리 한쌍이 사이좋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청개구리는 말을 그렇게 안 들을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미 청개구리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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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 해안공원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는데 열린 공간이어서 전망대로 통하는 곳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영업시간이 9시까지라서 이곳도 이제 조금 있으면 닫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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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의 콘셉트는 바로 배다. 돌로 만든 배지만 차가운 콘크리트 질감 속에 나무의 온기가 묻어 나오는 듯하게 표면처리를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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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있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그 아래로 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성냥팔이 소녀가 이곳에 온다면 성냥을 팔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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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마다 모두 특색이 있다. 전기로 만든 조명인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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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의 미학은 바로 이 빛으로 만들어진 장미다. 큼지막한 장미가 디테일이 살아 있다. 장미꽃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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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것 같으면 곳곳에 놓여 있는 불 앞에 가서 잠시 열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겨울에는 영업시간 내내 이렇게 장작을 넣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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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은 칠할수록 어두워지고 빛은 합칠수록 밝아진다. 마음은 물감처럼 조심히 칠하고 공감은 빛처럼 많이 채워보면 어떨까. 때론 어느 쪽으로 걸을지를 모를 때가 있다. 누군가가 걸어갔던 길을 갈 수도 있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걸을 수도 있다. 빛으로 채워져 있어서 마치 보지 못했던 그런 상상의 세게를 보고 있으면 어떤 때는 살짝 두근두근 하기도 했다.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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