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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9. 2022

나일강의 죽음

사랑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관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드는 생각은 사람은 악하지 않지만 상황으로 인해 충분히 악해질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본래 그런 마음을 먹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상황이 조성되면 범죄를 저지르고 각종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면이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고 과시하고 허세를 부리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 그런 측면을 면밀히 살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괜찮지만 자신의 이득이 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 남자는 에르큘 포와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함량 미달(?)에 가깝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허우대만 멀쩡하고 무능력한 부크나 사이먼 도일이나 공과 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앤드류 캐치 도리언이나 리넷의 전 연인이었지만 우유부단한 면이 있는 베스너는 모두 나사가 한 두 개쯤은 넉넉하게 빠져 있는 남자들이다. 

영화 속에서 제대로 된 남자를 보지 못했지만 백만장자이며 가장 우아하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리넷 리지웨이는 외로운 여성이다. 돈이 있기에 겉으로는 환대를 받지만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진실된 사람이 주변에 없다. 에르큘 포와르에게 돈은 진실된 사람보다는 거짓된 사람을 진실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하며 자신의 주변에는 안전한 사람이 없다고 호소한다. 항상 당당하고 우아하며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가졌지만 그녀는 홀로 모든 것을 감내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관점인지 아니면 그런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지 몰라도 흑인이며 가수인 살로메와 그녀의 딸 로잘리를 품격이 있는 사람으로 그렸다. 여기에 리넷의 자산을 관리하는 앤드류와 대모인 마리와 그녀의 일을 해주는 루이즈가 얽히고설킨 관계지만 그중에서 사이먼의 옛 연인인 재클린을 주요 복선으로 활용한다. 영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해결해가는지 보고 싶어서 감상한 영화다. 그냥 영화를 보려고 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돈 없이 사랑은 시작할 수 있지만 돈 없이 사랑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나일강의 죽음은 겉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지만 무능력한 남자 두 명이 경제력을 갖추기 위한 범죄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자신의 주제를 알고 억지스러운 사랑의 연장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모든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영화 속 에르큘 포아르 같은 탐정은 엄청난 강박에서 벗어나기란 힘들다.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런 능력을 키우지도 못했다. 모든 작은 변화도 캐치할 수 있으며 변화를 안다는 것은 바로 매우 미세한 센서를 가진 것과 비슷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것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사랑은 다른 사람이 보는 관점이 아닌 둘만의 관점이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포장된 감정의 메시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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