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r 06. 2022

마루 밑 아리에티

마음속의 따뜻한 화폭에 그려지는 이야기

화려한 것과 기술적으로 아무리 앞서더라도 못 따라가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다. 어떤 기술이 와도 모든 것을 AI가 표현할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라진 감성의 영역일 뿐이다. 2D로 그려진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는 지금도 유효하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봉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는 따뜻하고 감성이 향기롭다. 마리에티는 그 흔한 마법이나 파워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키만 작은 10cm의 소녀다. 


당신은 꿈이 있는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먹고살기에 바쁜데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간이 있어도 다른 생각을 안 할 뿐이다. 어릴 때 이루고 싶었던 그리고 보고 싶었던 세상, 만나고 싶은 인물 등은 이제 오래된 양피지처럼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오래된 흔적으로만 느껴질 때가 있다. 

한국은 이제 한옥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마루 밑의 세계라는 것이 상당히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까지도 오래된 가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마루라는 것이 매우 익숙한 편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판타지 소설 '마루 밑 바로우어즈(원제: The Borrowers)'를 원작으로 마루 밑 세계의 판타지와 소인들의 모험을 만들어냈다. 

마리에 티가 경험하는 오래된 저택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별천지나 다름이 없다. 인간에게는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작은 소인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거실이나 부엌은 거인들의 나라나 다름이 없다. 필요한 물건을 빌리기 위해 위험한 외출을 나선 용기 있는 아버지, 지혜롭게 가정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어머니, 그리고 호기심 많고 감수성 풍부한 소녀 아리에티는 하나의 가족이다. 소인족 마리에티는 비록 몸도 작고 미약한 존재지만 가슴속에는 정과 사랑이 충만해 있고 크게 자란 쇼우는 물질적으로 안정적이고 다정다감한 할머니가 있긴 하지만 사랑이나 정 그리고 육체에 대해서는 부족하다. 덩치만 컸을뿐 애라는 말이 딱 맞다. 

지브리의 작품들은 모두 판타지와 모험이 가득한 스토리, 개성만점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점과 더불어 또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색채가 너무나 아름답다. 일찍이 그런 것들을 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색채에 대해 많은 강점이 있는 듯하다. 

행복은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는 포장된 것보다 진실된 것이 오래 남는 법이다. 작은 감성 그리고 빛과 색채의 미학이 마루 밑 아리에티에 있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누구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가장 치유력이 강한 감성의 질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배트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