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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8. 2022

풍경을 생각하는 법

매향리의 고온항에서 석천항까지 

라틴어로 '베아티투도'라는 단어가 있다. 행복을 뜻하는 단어인 베오라는 동사에 아티투도라는 명사의 합성어이다. 해석을 해보면 자신의 관점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이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인데 주도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게 다가온다. 살면서 겪게 되는 성과나 어려움은 자신이 뿌려놓은 씨앗이나 그걸 대하는 사람의 태도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가 있다. 시간은 항상 우리를 판단해준다. 

이곳은 매향리라는 곳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항구로 고온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고온항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한적하게 저 건너의 작은 섬까지 걸어서 가볼 수 있다. 물론 썰물 때가 되어야 걸어가 볼 수 있는데 바람이 무척이나 많이 부는 곳이다. 

세상은 크고 작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한참의 시간을 돌아와 생각해보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현실이 그렇다면 어디선가에서는 자신의 선택이 있을 수 있다. 멀리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비가 그치면 비가 그쳐서, 해가 내리쬐면 햇살이 바닷물에 반짝반짝 비쳐서 좋을 때가 있다. 비가 온 다음에는 물을 머금은 바다가 색다른 아지렁이를 내면서 풍기는 봄 향기에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매향리의 항구에는 음식점이 많지는 않지만 영업을 하는 몇몇 곳이 보인다. 저 끝까지 걸어갔다가 오면 배가 고파질 듯하다. 이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20세기에 얼마나 많은 소음에 시달렸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평온한 곳이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이다. 모든 것의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시간 속에 흘러간다. 화성의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을 소금길이라고 부른다. 소금길이라는 의미는 삶에서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먹게 되면 몸에 좋지가 않다. 

이곳의 바닷길을 걷다 보면 철조망이 쳐져 있는 것을 일상적으로 볼 수가 있다. 이곳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산업단지가 자리한 곳으로 오면 석천항이 나온다. 항구라고 하기에는 소박하고 작은 곳이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난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된 ‘해·강안 경계 과학화 사업’과 연계해 지금까지 남아있던 화성시 서해안 군사 철조망 24.37㎞를 철거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소금길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행복을 생각할 수 있도록 보는 관점을 바꿀 자세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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