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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0. 2022

달콤한 인생

달콤하기 위해서는 쓴 맛을 더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쓴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고생하고 힘들고 갑갑한 쓰디쓴 인생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봐야 한다. 달콤하다는 것은 우리가 관념적으로 정해놓은 것이기도 하다. 달콤함의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달콤함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쓴 맛을 알아야 한다. 쓴맛을 모르는 사람에게 달콤한 인생은 독배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쓴맛은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한 남자의 인생을 잘 그려냈다. 이병헌을 연기로 깔 수 없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인생은 달콤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 선우는 여성 한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하고 강 사장 밑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일했던 인물로 등장한다. 마치 러브 액추얼리에서 친구의 부인을 잠시 사랑했던 수준만큼도 안되지만 희수를 훔쳐본 죄로 나름 잘 나가는 위치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벼랑 위로 몰리게 된다.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은 유아기가 아닐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중학생이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교에 가면 달콤하리라는 환상을 가지기도 한다. 대학 교과서는 졸업하면 경제적인 능력도 생기고 자유로이 살 것 같지만 결혼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에 평가받고 결혼하고 나서는 살집 마련하는데 허덕이고 아이를 낳으면 잠깐의 달콤함도 잠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압박감에 어느새 50대에 직면한다. 현재의 50대는 예전보다 더 미래가 먹먹할지 모른다.  

아이들을 잘 키워서 결혼시키고 나름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리라 생각했던 젊을 때의 생각은 비싼 등록금과 집값에 성인이 된 아이들은 여전히 좋은 직장은 없다. 여전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냉혹한 현실에 달콤한 인생이 무엇이지 말할 수 없는 자신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남성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몇 사람 가지고 있지 못한 블랙 슈트와 하얀 와이셔츠, 폭력, 에스프레소, 젊은 미인까지 한 번쯤은 꿈꾸어봤을 만한 인생의 멋스러움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 하나뿐이었는데 바로 나락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결코 달콤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흔히 말해서 법 없이 살 사람들은 모든 사람과의 경쟁에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조직에서 성공하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현실에서 한 사람의 몰락은 누군가의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견제하고 시기를 하고 이런 것이 총이나 칼이 아니어서 그렇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나를 견제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잘 나가던 선우가 그 화려한 삶과 인정받는 위치에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것도 두목의 말 한마디에 이인자가 설자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버린다. 영화는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극대화된 경험을 느끼게 해 준다. 시종일관 무거우면서도 깔끔한 느낌의 선우는 감정이 없어 보였지만 희수를 만나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듯한 느낌을 보여준다.  


인생의 가치는 백인백색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지만 우리 사회는 한쪽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시키려는 사회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말처럼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다. 인생이 정말 달콤해지려면 쓴 맛을 알아야 누릴 수 있다. 쓴맛을 뭔지 모른다면 언제든지 달콤한 인생이 사실 잔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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