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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간 흔적들

시원시원한 화성의 바다 위의 전곡항과 케이블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자신이 걸어간 발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신이 어떤 발자국을 내면서 걸었는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자신이 걸어간 길은 뒤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대로 남는다. 그것이 이정표가 될 수도 있고 지저분하고 어지럽게 보일 수도 있다.


썰물이 될 때 바다로 열리는 길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제부도다. 일명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신비의 섬 제부도는 썰물 때면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제부도 해수욕장 길이 1.8km의 백사장 오른쪽으로 탑재산이 자리하고, 왼쪽으로는 매바위가 위치해 있어 해가 떨어질 때면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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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화성 전곡항에서 가는 방법이다. 작년 12월에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케이블카가 개통을 하였다. 서해랑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는 자동 순환식 곤돌라로 화성 서신면 장외리(전곡항 고렴산)에서 제부도 입구까지 2.12km 해상 구간을 운행하는 국내 최장 길이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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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항은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있는 어항인 전곡항은 전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벼슬아치가 많아 부잣집이 많고 세도가문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앞실(前室)이라 불리었으나, 한일합방 이후 앞실의 전자와 계곡이 많았다는 뜻에서 곡(谷) 자를 합하여 전곡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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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곳에 낚시를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뜨인다. 테마어항 조성사업으로 요트, 보트 정박이 가능한 마리나를 갖추고 있으며 바지락, 동죽을 비롯한 어패류가 많이 생산되어 수산업이 활성화되어 수산물 판매장이 있다. 전곡항은 밀물과 썰물에 관계없이 24시간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다기능 테마어항으로 조성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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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은 썰물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그래서 물에 떠 있는 인공 다리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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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경험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바다로 길을 만들기도 하는데 썰물로 길이 만들어지는 제부도와 하늘로 길이 만들어진 전곡항은 수도권에서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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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판매장에 들어오니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가득 담겨 있다. 이곳은 특이한 것이 앞에 해산물을 팔고 바로 뒤에 테이블이 있어서 이곳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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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하면 등대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등대가 보이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볼 수 있는 전곡항은 서해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서,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요트들이 가득한 요트계류장이 자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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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전곡항 케이블카 정거장이었다. 마치 공항이나 항구 터미널을 보는 것만 같다. 케이블카 같은 시설물이 들어올 때는 보통 자연경관의 훼손을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곡항과 제부도를 이어주는 케이블카는 서해의 바다를 감상하는데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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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콘셉트는 모두 바다 위의 떠있는 크루즈를 연상케 한다.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설계를 염두에 둔 듯하다. 화성시 전곡항 및 제부 마리나 일원에서 개최되는 행사로 새로 개장한 제부 마리나와 서해랑 케이블카 등 해양문화를 활용하는 화성 뱃놀이 축제는 코로나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올해는 ‘문화를 담은 바닷길, 섬을 여는 하늘길’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포스트 뱃놀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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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는 이용 시간에 따라 제부도의 색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바다가 발밑에서 찰랑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밀물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요금은 크리스털 캐빈을 이용 일반 캐빈 왕복 대인 1만 9000원, 소인 1만 5000원 / 크리스털 캐빈 왕복 대인 2만 4000원, 소인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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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멀리 보이는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곳의 ‘서해랑’의 한자는 섬 서 (嶼), 바다 해 (海), 물결 랑 (浪)으로 물결이 치는 바다의 언덕과 작은 섬이라는 의미와 전곡항에서부터 제부도까지 아름다운 노을이 물결치는 바다를 잇는 새로운 바닷길이라는 의미가 있다. 바다에 길이 없어 보여도 길은 있다. 파도는 그 위를 살포시 넘어서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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