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청룡저수지의 풍광과 부담 없는 묵밥
대부분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밥이라고 하면 쌀이 연상되지만 사실 살기 위해 혹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밥은 한 가지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 속에는 쌀을 잘 씻어서 적당하게 익혀서 고슬고슬하게 담긴 한 그릇의 밥을 먹었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식사를 했냐는 의미 쪽에 가깝다. 보통 밥은 한자어로 반(飯)이라 하고 어른에게는 진지, 왕이나 왕비 등 왕실의 어른에게는 수라라고 부르는데 반찬이 없으면 냉수에 말아서 먹을 수도 있다.
안성맞춤의 도시 안성에는 청룡저수지가 있는데 이곳은 안성 바우덕이의 고장이기도 하다. 탁 트인 곳에 청룡저수지에서 바우덕이를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을 먼저 볼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해룡 고가와 오랜 역사의 사찰인 청룡사와 우측으로 올라가면 바우덕이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청룡 저수지는 안성의 남쪽에 자리해 경기, 충북, 충남 3개소가 접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청룡호수 옆으로 이어진 벚꽃터널은 안성의 천년고찰 청룡사 아래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환상의 꽃 길을 만나볼 수 있다.
안성남사당의 전설적인 인물이며, 우리나라 남사당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성 꼭두쇠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바우덕이다. 바우덕이는 여성 꼭두쇠라는 특성과 탁월한 기예로 안성 남사당패를 최고의 인기 패로 육성했는데 당시 나이가 15살로 당시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던 윤치덕이 사망하자 남사당패의 관례를 깨고 바우덕이를 우두머리인 꼭두쇠로 선출된 것이었다.
아직 봄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길의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과 같은 작품을 남긴 제인 오스틴은 평소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청룡저수지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묵밥 집이 여러 곳이 있다. 묵밥은 음식점마다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선택하는데 장애가 없다. 발이 내키는 대로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입구에 자리한 이 비는 청룡사 사적비다. 이 비석은 조선 경종 원년(1721)에 세워졌는데 비문의 내용은 승려 나준이 지었고 글은 직산 현감을 지낸 황하민이 썼다고 한다. 비문에는 고려 말 승려 나옹이 이 사찰을 중창할 때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아서 서운산 청룡사라고 했다는 것이 기록이 되어 있다.
길가에 있는 여러 음식점의 메뉴는 대부분 비슷하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묵밥을 주문해보았다. 연한 색깔의 묵을 아이 손가락 굵기로 길게 썰고 김치와 김가루, 파를 넣어 먹는 묵밥은 강한 맛은 하나도 없지만 개운하고 시원해 여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이곳은 특이한 것이 매운 고추와 마늘을 넣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마늘을 넣은 묵밥은 처음 먹어본다.
겨울을 대비해서 푸짐하게 만들어 놓은 메밀묵을 조금씩 썰어서 겨울밤 배를 출출할 때 멸치로 우려낸 따끈한 국물에 훌훌 먹던 것이 시작이었던 묵밥은 부담 없는 음식이다. 지금은 대부분 도토리로 만든 묵밥을 먹고 있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서 밖에서 먹는 밥 한 끼는 예전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사람은 밥을 잘 먹어야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잘할 수 있다. 밥이 어떤 변신을 하든지 간에 밥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오랜 시간 주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 밥 한 끼는 어떻게 해결하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까.